북유럽 은행 SEB의 브르네 샤일드롭 수석상품애널리스트는 “러시아 내분은 세계 원유 공급에 대한 위험을 뜻한다”며 “송유관이 막히거나 석유 저장소 및 항구가 점거돼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단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될수록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관련 시설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바그너그룹이 점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 도시 중 하나인 보로네시의 유류 저장고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최고전략가는 “서방국이 러시아에 원유 금수 조치를 내렸지만 여전히 러시아는 중국 등의 국가에 많은 원자재를 판매하고 있고 세계적인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원유 및 주요 상품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 파동)를 연상하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 배럴당 90달러 중반 수준이던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러시아 내부 혼란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세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가격 급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3일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9.16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73.85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은 지난주에만 3.8% 이상 하락했으며 최근 몇 달간 70달러 안팎의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세계 각국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제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데다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으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는 안정된 모습이다.
바그너그룹이 일단 물러선 만큼 시장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퀸시 크로스비 LPL파이낸셜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일반적으로 불확실하고 아직 전개 중인 사건에 시장은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