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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진입으로 간호 수요가 늘어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 등을 개선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대한간호협회)
“간호사 처우 개선은 현행 의료법에서도 가능하다. 단독법 제정 탓에 협력해야 할 보건의료계 갈등만 유발했다.”(보건복지의료연대)
간호법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 법안은 다시 국회 논의 절차를 거치게 됐다. 윤 대통령 결정에 의사, 간호조무사 등은 환영했지만 간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에서 시작된 여야 간 정치 갈등이 보건의료계로 옮겨간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건의료단체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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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간호사들은 이런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의료법에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으로만 정해졌기 때문에 간호법이 제정돼도 ‘간호사 단독 개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도 논란이다. 간호법은 간호조무사 자격을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 등으로 정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현행 의료법에 관련 조항이 있는 데다 지난해 간호조무사시험 합격자의 41%가 대졸 이상 학력자이기 때문에 의미 없는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간호조무사들은 ‘학력을 고졸로 제한하는 신카스트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현행 의료법에 의료인으로 규정되지 않은 요양보호사 등을 추후 간호법안에 포함해 이들이 간호사의 지도 감독을 받는 ‘수직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올해 간호법이 다시 동력을 얻은 것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일선 의료기관에서 방호복을 입고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세상에 알려졌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간호사 표’가 필요한 정치인들이 앞다퉈 지원을 약속했다. 2021년 최연숙·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이들의 통합안이다.
보건의료단체별 세싸움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간호법 논의 과정에서 이익단체 간 정치싸움이 정책 향방을 결정한다는 전례만 남겼기 때문이다.
의사, 약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이익단체는 ‘정치권력 싸움’의 축소판으로 불렸다. 각 단체장이 국회에 입성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관철하는 ‘합법적 로비스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