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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되는 한·중…'제2 사드 보복'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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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현장 리포트
베이징 강현우 기자

한·미 정상회담, 워싱턴 선언 뒤
中 연일 공세 강도 높여

기업인들 사이 긴장감 돌아
"한국 화물 검사 강화" 소문
요소수 대란 재현 우려도

중국이 한·미 동맹 강화 기조에 연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워싱턴 선언) 후 중국이 태세를 전환하면서 일각에선 ‘제2의 사드 보복’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공세 강도 높이는 중국

한국을 향한 중국의 태도 변화는 지도부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관영매체 보도에서 감지할 수 있다. 공산당 관영지 환구시보(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달에만 3회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 4일에는 ‘윤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헷갈리는 행위’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미국에 기댈수록 한국의 자유는 사라진다’ ‘미·일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한국은 체스판의 말이 될 뿐’ 등 제목이 자극적인 기사를 잇달아 썼다. 환구시보는 2016년 7월 사드 배치 당시 보복 예고 기사를 하루 두세 건씩 쏟아냈던 매체다. 이에 주중 한국대사관은 5일 입장문을 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치우친 시각에서 폄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를 강조한 윤 대통령의 인터뷰에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거친 언사로 대응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해선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지난달 12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는 등 한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한·미·일 동맹이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이 당장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세계 3대 D램 업체 가운데 하나인 미국 마이크론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더 높아져서다. 미·중 경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근거다.
○요소수 사태 재발하나
기업인들은 긴장하고 있다. 중국 톈진, 상하이 등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의 메신저 단체방에는 최근 중국 관세청이 ‘한국에서 수입되는 화물 검사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한국 의류를 수입하는 한 기업인은 “한국에서 온 컨테이너가 무작위 검사에 평소보다 더 자주 걸리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더라도 사드 때와는 다른 방식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 규모가 당시보다 현저히 작아졌기 때문에 불매 운동으로는 실효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2021년 하반기 발생한 ‘요소수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사태는 중국이 석탄 생산을 줄이자 부산물인 요소수가 부족해지면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한국은 중국산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전국 물류가 마비될 위기를 맞았다.

한국의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수출에선 중국 의존도를 줄여가고 있지만 수입은 그대로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018년 26.8%로 정점을 찍은 뒤 올 1분기엔 19.5%로 낮아졌다.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3.3%에서 작년 21.1%로 내려갔다가 1분기에 다시 21.5%로 높아졌다. 게다가 대중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이 958개, 90% 이상은 378개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도 상당 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