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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소득세 과표 조정…연봉 7800만원 직장인 54만원 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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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세제개편안 - 소득세

중산층 稅부담 줄어들겠지만
8800만원 초과 과표는 손 안대
1억2000만원 초과 공제도 축소
고소득 징벌적 과세 '반쪽 개편'

미국·캐나다서 시행하는
과표 물가연동제 도입 안해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15년 만에 조정하기로 했다. 총 8개의 소득세 과표 구간 중 6%와 1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2개 과표 구간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직장인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24~45%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전혀 손대지 않아 ‘반쪽 개편’이란 지적도 나온다.
세율 6%, 15% 구간 확대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소득세 최저세율인 6%가 적용되는 과표 구간이 현재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또 15%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로, 24%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로 조정된다.

기재부는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봉이 3000만원(과세표준 1400만원)인 직장인의 소득세 부담이 30만원에서 22만원으로 8만원(27.0%)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연봉 5000만원(과세표준 2650만원) 직장인은 세금이 170만원에서 152만원으로 18만원(10.6%), 7800만원(과표 50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은 530만원에서 476만원으로 54만원(5.9%) 줄어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높은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세 부담을 적정화하기 위해 소득세 하위 2개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해 세 부담을 전반적으로 경감했다”고 말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 따른 근로자의 세 부담 감소분은 1조6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과표 8800만원 이하 구간의 과표 금액이 조정된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율이나 과표를 2~3년마다 조정해 물가 상승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완화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은 과표나 세율 조정이 없었다. 그사이 물가는 계속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실질소득은 줄었는데 과표나 세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샐러리맨을 상대로 ‘자동 증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이번에 소득세 과표 조정에 나선 배경이다. 기재부는 당초 올해 소득세 과표 조정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자동 증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태도가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1일 기재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중산층 세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반쪽 개편’ 비판도
기재부의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반쪽 개편’이란 비판도 나온다. 하위 2개 과표 구간만 손댔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둬 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은 세 부담이 낮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즉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35%,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는 38%, 3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4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42%, 10억원 초과 구간은 45%의 세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40%→45%)도 그대로 뒀다.

오히려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에 대해선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즉 고소득자의 경우 과표 구간 조정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근로소득세액공제도 감소해 세 부담 경감 폭이 미미해진다. 총급여 3억원 직장인의 세 부담은 저세율 구간의 과표 조정에도 불구하고 공제액 축소로 세금 감소 폭이 0.3%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과표 물가연동제’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물가연동제로 매년 과표를 변경하면 과세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며 “저율 구간이 확대돼 면세자가 늘어나는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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