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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이 없다"…멈춰선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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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철근 대란' 공포

경기회복에 원재료 가격 뛰고
中은 내수확보 위해 수출금지

봉강 가격 5개월새 50% 급등
건설사들 "공기 연장 불가피"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조달청이 공공 발주한 교량을 건설하던 A건설사는 이달 들어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교량 뼈대에 쓰이는 철근(봉강)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서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SD400 제품은 웃돈을 줘도 구할 수 없었다. A사 관계자는 “철근 수급 차질로 공사가 중단돼 발주처와 공기 연장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건축 공사를 위한 핵심 자재인 철근이 극심한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전국 건설 현장에 초비상이 걸렸다. 필요한 철근을 제때 구하지 못해 공사가 곳곳에서 중단되는 등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근 가격의 기준이 되는 SD400 제품의 t당 유통가격은 지난 14일 97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60만원대 후반에 머물던 철근 가격은 올 들어 50% 가까이 급등했다. 철근 가격이 t당 90만원을 넘어선 건 2008년 5월 이후 13년 만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아파트 분양 증가 등 건설경기 회복으로 급증한 철근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철근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 치솟은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중국이 내수 확보를 위해 철근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철근대란에 불을 붙였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철근 부족으로 전국 공사현장 수백 곳에서 공사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방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뿐 아니라 H형강, 목재, 시멘트까지 부족하다”며 “이로 인한 작업 중단과 공기 지연으로 준공이 늦어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근 사재기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광주 지하철 공사 등 지방 공공사업의 차질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 공급이 한정된 상황이어서 철근대란이 올해 말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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