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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혁신 '팜에어한경'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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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등 22개 품목 가격 표준화
빅데이터·AI로 미래 가격도 예측

대한민국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기준 ‘팜에어한경’이 9일 출범했다. 팜에어한경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농산물 거래 통합 서비스다. 국내 최초로 거래량 상위 22개 농산물 가격을 표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농산물 가격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를 산출했다.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과 권민수 팜에어 대표는 9일 서울 중림동 한경 본사에서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 데이터 사업’ 추진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팜에어는 국내 농산물 가격과 관련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미래 가격까지 예측하는 농업 데이터 분석 민간기업이다.

두 회사는 △감자 양파 배추 등 국내 도·소매시장 거래 상위 22개 농산물의 실시간 가격 정보(예측치 포함) 제공 △농산물 거래 관련 심포지엄 개최 △농산물 데이터 판매사업 등에 나서게 된다. 언론사와 농산물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이 손잡고 기업과 생산자, 일반 소비자에게 보다 과학적인 농산물 시세와 가격 예측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목표다.

권 대표는 “국내 도·소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규모가 100조원에 달해 표준화된 가격 데이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농산물 거래 표준화
'팜에어한경' KAPI지수 농산물 현재 가격 한눈에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처음으로 농산물 데이터 분석기업 팜에어와 손잡고 농산물 거래시장을 혁신한다. 양사가 9일 출범시킨 ‘팜에어-한경’을 통해서다. 팜에어-한경은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 현재 시세와 가격 예측 정보 등이 포함된 국내 농산물 거래에 관한 통합 서비스다. ‘한국 농산물 생산·유통시장의 파괴적 혁신’을 모토로 내걸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 가격 표준화와 미래 예측은 농산물 시세에 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과학 농업’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턱없이 부족한 농산물 가격 정보
국내 농산물 생산액은 연간 32조원(2019년 기준)에 달한다. 도·소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은 연간 100조원을 넘는다. 자동차와 반도체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다. 그러나 이 시장엔 표준화된 데이터와 가격 기준, 예측 시스템이 없다.

가장 큰 불이익은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의 몫이다. 정확하게 제공되는 농산물 가격이 없어 매년 폭락하거나 급등하는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 중간 구매자인 기업 역시 정확한 정보 없이 수십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농산물 구매를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해야 한다. 대기업 유통·제조사 구매책임자(MD)들은 표준화된 가격 정보 부재로 일일이 산지 거래처나 도매시장 등에 연락해 최적의 구매 가격을 추정하는 식이다. 농산물의 최종 소비자들도 현재 가격이 높은지 낮은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찾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공하는 농산물 시세 정보가 있긴 하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서 나온다. 그러나 기관별로 내는 가격 정보의 단위가 품목별로 20㎏, 1㎏, 1개, 20개 등 제각각이다. 정보의 양도 부족하다. 각 기관이 뭉쳐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인공지능이 농산물 가격 분석·예측
팜에어와 한경이 수집·분석하는 농산물 데이터는 이 같은 유통구조를 뒤집는다. 팜에어한경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22개 농산물 가격을 품목별로 표준화하고 이 과정을 통해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격 흐름을 전망한다. 주요 농산물 가격 데이터와 기상청의 지역별 날씨 데이터, 환율 데이터, 수출입 데이터 등을 수집해 시각화했다. AI는 사과 양파 파 버섯 등 국내 농산물 거래액 기준 상위 22개 품목의 시장 가격을 단기와 장기로 나눠 예측한다. 22개 중 10개 품목에서 3개월 시세 예측의 오차범위가 농산물 수요자들의 구매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의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팜에어와 한경이 그리는 미래는 농업 경쟁력 강화다. 농업을 정부가 도와줘야 할 1차 산업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4차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기업이 농가에 고정적으로 계약하는 계약재배 비율은 국내의 경우 20%대에 그친다.
“테란은 농업을 4차 산업으로 만들 씨앗”
계약재배는 사전계약을 통해 채소의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확보한다. 농가는 경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농업을 ‘산업’으로 도약하게 하는 필수 시스템이다. 미국에선 지난 30년간 세 배 증가해 농업 생산의 40%가 계약재배다. 일본도 외식부문에서 농산물 원료 조달을 위한 계약재배가 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계약재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데이터 때문이다. 기업이 계약재배를 늘리기 위해서는 해당 품목의 재배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수급과 가격 분석을 통한 계약 단가를 어떻게 산정할지, 효율적인 계약재배 방식과 수확 시기가 언제인지 알아야 한다.

가격의 명확한 기준이 생겨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유통구조의 파괴적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자들 역시 가격 등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생긴다. 정부는 매년 폭락과 급등을 반복해온 농산물 수급 관리, 비축에 들어가는 예산을 절감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다른 복지 예산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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