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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3단계 경제충격, 2단계의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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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공포에 빠진 경제계

신규 확진자 400명대로 급증
당국 "모든 가능성 신속 검토"

대·중기·자영업 "못 견딜 것"
방역 강화, 경제도 고려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예고했다. 경제계에선 “자영업자는 물론 대기업까지 줄도산 위험에 내몰릴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41명으로 3월 7일 이후 173일 만에 하루 기준 300명을 넘어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3단계 격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속도 있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이어지면 고강도 방역대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다.

경제계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수출기업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경련은 현재 2단계 거리두기만으로도 기업 매출이 4.2%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며 3단계로 가면 이보다 세 배 큰 충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도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3단계가 시행되면 중위험 시설에 속하는 학원, 헬스장, 게임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에 몰린다는 것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방역 조치를 최고 단계로 올릴 경우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가 얼마나 큰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3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면 기업들도 필수인력만 회사에 남기고 재택근무를 시행해야 한다. 재택근무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생산라인이 멈춰설 우려가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촘촘하지 못한 방역 기준으로 코로나19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실내 50명, 실외 10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다가 갑자기 실내외 10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순차적 단계를 마련했어야 했다”고 했다.
"3단계 땐 수출기업 매출 15% 급감…버티던 소상공인 다 무너져"
모든 업종에 재택근무 종용 땐 사업장 사실상 '셧다운'
경제계는 물론 의료계에서조차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2단계 지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등급을 최고 단계로 올리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 먼저 나온다. 2단계 안착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한 뒤 3단계 상향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경제봉쇄령’이나 다름없는 극약처방을 내리면 국가 경제가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방역지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별, 업종별 가이드라인이 획일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도 못 버티는 ‘3단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3일 수출 주력 업종 기업으로 구성된 협회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하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수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1%와 13.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경련은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충격이 세 배로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3단계 거리두기는 대기업도 못 버틴다”며 “주요 수출기업의 매출이 15%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내수 업종 대기업 중에선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등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3단계 조치가 시행되면 백화점은 ‘셧다운(일시휴업)’에 들어가고, 대형마트도 오후 11시인 영업 마감 시간을 두세 시간 앞당겨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방역당국에 백화점 등 쇼핑몰 셧다운 문제를 재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소상공인들도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위험 시설’ 운영자로 분류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선 영업 중단 업종에서 빠졌지만 3단계로 격상되면 일시적으로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소형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은 “이미 코로나 관련 대출을 받은 상태여서 추가 대출도 어렵다”며 “3단계 격상이 현실화되면 학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통 제조 중소기업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 실린더 제조업체 사장은 “제조공장에 재택근무는 불가능하다”며 “3단계 격상 후 재택근무가 강제성을 띠게 되면 공장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3단계 조치 실효성’ 논란도
정부가 세 단계로 구분한 방역기준이 촘촘하지 못해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월 방역기준을 발표하면서 “3단계 조치를 하면 필수 사회·경제활동 외 모든 외출·모임, 다중이용시설 운영 등 활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국민에게 최대한 집에만 머무를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주요 기업과 소상공인 등이 3단계 거리두기를 활동 제한령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세 단계 기준만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다.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인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단계는 최종 단계기 때문에 2~3주 정도 시행한 뒤 다시 낮춰야 하는데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2단계 효과를 확인한 뒤 올리는 것이 맞다”고 했다.

3단계의 실효성도 논란이다. 10명 이상 모임이 이뤄지는지 경찰이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격상에 따른 효과를 장담할 수도 없다는 분석이다. 일단 2단계 대응을 모두 지키도록 유도한 뒤 거리두기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하루 확진자가 1000~2000명씩 나와도 이전과 같은 봉쇄정책을 쉽게 펴지 못하는 이유다. 권 교수도 “3단계를 시행해 활동을 조금 줄이면 경제에는 상당한 영향을 주지만 완전한 봉쇄는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지지 않을 정도로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제 상황만 악화되고 실제 효과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송형석/박동휘/이지현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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