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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전환 늘자 또 땜질처방 "새 임차인 받을 때 전·월세 폭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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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전환율 2.5%로 하향…다음달 시행

8억 전세, 보증금 5억 반전세로 돌리면 월세 37만원↓
집주인 稅부담 커졌는데 손에 쥐는 월세까지 줄어들어
신규계약엔 적용 안돼 실효성 의문…"2년 뒤가 문제"

정부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임대료 책정 기준으로 쓰는 ‘월차임 전환율(전·월세 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 월세로 바꿨을 때 수익률이 지금보다 40%가량 떨어진다는 얘기다. 지난달 말 임대료 증액 상한제(5%) 시행 이후 가속화됐던 월세 전환 흐름이 다소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환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 과태료 등 강제 규정은 없어 실효성에 물음표가 따른다. 또 집주인이 2년 뒤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는 월세 등 임대료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커 ‘조삼모사’ 대책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월세 전환 진정될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월세 전환 가속화로 임차인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따라 월차임 전환율을 2.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시행령으로 정한 ‘상수’인 3.5%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지금 기준금리가 연 0.5%이니 전환율은 4%다. 새로운 전환율은 상수인 3.5%포인트를 2%포인트로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르면 다음달 시행할 방침이다.

8억원짜리 전세 계약을 보증금이 5억원인 월세로 바꿀 경우 지금은 월세를 최대 100만원 받을 수 있다. 월세 전환 금액인 3억원(8억원-5억원)에 4%를 곱한 뒤 12(개월)로 나눈 수치다. 전·월세 전환율이 2.5%가 되면 월세는 62만5000원이 된다. 월세가 37만5000원 내려가는 셈이다.

이처럼 전·월세 전환율이 떨어지면 집주인은 월세로 전환하려는 인센티브가 떨어지게 된다. 정부가 전세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임대인마다 다르겠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월세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에 월세 전환 증가 속도가 다소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년 뒤 임대료 폭등 사태 벌어질라”
하지만 월세 전환이라는 대세를 꺾기는 힘들 것이란 게 부동산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적으로 연 1%도 안 된다. 이에 비하면 2.5%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임대차 계약에는 전·월세 전환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전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맞을 때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 “2년 뒤에 임대료 폭등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이유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임차인을 들일 때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할 것이며, 이는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에 허점도 있다. 우선 전·월세 전환율은 법적 기준일 뿐 강제성이 없다. 집주인이 이를 무시하고 높은 월세를 요구해도 과태료를 물리는 등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5% 임대료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물론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월세 전환율, 임대료 상한제를 지키지 않는 계약은 무효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불합리한 요구를 받은 임차인은 분쟁조정위원회에 문제 제기를 하거나 집주인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세입자로선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하거나, 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집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다.

낮은 전·월세 전환율 등 강화된 규제로 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될수록 임대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 경우 주택시장에 임대주택 공급이 줄면서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과열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서민준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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