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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스크 대란' 해결한 1등 공신은 한국계 '유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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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日 리쇼어링 1호 - 아이리스오야마

재일동포 2세 창업한 제조업체

일본 중견 가전 및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아이리스오야마는 중국 다롄과 쑤저우 공장에서 마스크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본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진 지난 2월 중국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월 8000만 장에서 1억4000만 장으로 늘리기로 하고 발주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일본 동북지역인 미야기현의 가쿠다시 공장에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핵심 원료인 부직포까지 국산화한 이 공장에서는 월 1억5000만 장의 마스크(사진)를 생산한다. 중국 2개 공장의 생산능력을 두 배 가까이 앞선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많은 마스크를 생산하는 회사로, 마스크 부족 현상을 해소한 1등 공신이 됐다.

정부 지원금으로 日 최대 마스크 생산
아이리스오야마가 3개월 만에 일본 최대 마스크 제조회사로 등극한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이전) 정책이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1차 코로나긴급경제대책’에 리쇼어링 촉진 예산 2400억엔(약 2조6820억원)을 편성했다. 해외 생산거점을 일본으로 돌리는 중소기업에 이전비용의 최대 4분의 3까지 지원한다.

오카야마 교스케 아이리스오야마 홍보담당자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2월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아 3월 31일 국내에서 마스크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며 “5월 말 중국 공장 증설에 쓰려던 설비를 가쿠다공장으로 이전해 8개 라인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리스오야마가 국내 마스크 생산설비에 들인 자금은 30억엔(약 335억원). 오카야마 씨는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당초 10억엔이던 설비투자 규모를 30억엔으로 늘렸다”며 “월 6000만 장으로 계획했던 생산능력도 월 1억5000만 장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공장 증설에 맞춰 직원도 100명을 새로 채용했다. 인구가 2만8539명인 지방 소도시 가쿠다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규모다. 지난 5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중국의 마스크 제조설비를 자국으로 이전한 점을 인정해 아이리스오야마를 리쇼어링 지원 대상 1호 기업으로 공식 선정했다.

마스크 생산을 결정한 3월 31일부터 양산 체제를 갖추는 데 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오카야마 씨는 “오너 기업 특유의 속전속결형 수요대응 방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마자 마스크를 증산하기 시작했다. 2월에는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이 부족해질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증설에 나섰다. 일본으로 ‘유턴’한 설비도 이 시기 중국 공장을 위해 발주한 기기들이다.
재일동포 2세가 창업
아이리스오야마는 재일 동포 2세인 오야마 모리스케 사장이 1958년 오사카에서 창업했다. 1971년 모리스케 사장이 갑자기 별세해 당시 19세이던 오야마 겐타로 현 회장이 회사를 이었다. 겐타로 회장은 2002년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최대 플라스틱 제조회사에서 플라스틱 용기와 같은 생활용품으로 사업영역을 넓혔고 2012년 가전 부문까지 진출했다. 당시 대규모 정리해고를 실시한 도시바, 샤프, 파나소닉 등 대형 가전회사 출신 엔지니어를 채용해 틀을 닦았다.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대형 가전회사에 뒤지지 않는 제품을 반값에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매출과 경상이익(연결 기준)은 전년보다 5%씩 증가한 5000억엔과 285억엔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오는 11월부터는 한국 인천공장에서도 마스크를 생산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아이리스오야마를 포함해 57개 회사가 일본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에 참여해 574억엔(약 6450억원)을 지원받았다. 일본은 2013년부터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등 기업 환경을 개선해 리쇼어링을 장려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29.7%로 10년 동안 9.8%포인트 낮췄다. 2017년까지 일본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기업은 774곳에 달한다.

한국도 2013년부터 리쇼어링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과는 신통찮다. 의무 고용과 같은 까다로운 추가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금 지원은 땅값의 최대 40%, 설비투자액의 최대 24%로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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