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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선 지금도 1주택 공무원 '특별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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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다주택 처분 지시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를 안착시키기 위해 여전히 1주택 공무원에게 아파트를 특별공급해주고 있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주택을 소유한 2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에게 1주택만 남기고 매각하라고 주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고조되는 이유다.

9일 세종시의 도시계획과 인프라 건설 등을 담당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1주택 공무원도 공무원 특별공급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주택특별공급 세부운영기준에서 특별공급 대상 제외자로 세종시 내 주택 또는 분양권을 소유하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만 명시해서다. 세종시 바깥에 1주택을 갖고 있는 공무원은 세종시 아파트 청약을 통해 다주택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주택 공무원은 2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특별공급 물량이 전체의 50%로 많은 것을 고려하면 1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대부분 청약에 당첨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공무원들이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 수는 특별공급 대상 가구 수를 밑돈다.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2019년 10월 말 기준 총 2만5406가구가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됐다. 2010년 이후 전체 분양 물량 약 10만 가구 중 4분의 1 규모에 그쳤다.

세종시 아파트의 공무원 특별공급은 세종시 조성 초기부터 시작됐다. 공무원들의 세종시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분양 아파트의 50%를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에게 우선 배정했다. 공무원 대부분은 이 제도를 활용해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구했다. 당시에는 기존 주택 보유에 관한 제한이 아예 없었다.

2019년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이면서도 세종시에서 분양을 받아 논란이 된 이후 제도를 손질했다. 기관 이전 후 5년 이내에만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특별공급 비중을 30%로 낮추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1주택자는 여전히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세종시에서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 공무원은 “다주택자가 되더라도 세종에 집을 사라는 신호를 주던 정부가 이제는 다시 세종에 정착하지 말고 집을 팔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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