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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 회장 취임 "어떤 기업 환경서도 생존"…'뉴 DB그룹'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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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50년 만에 '2세 경영'

발빠른 디지털 전환 주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위해
온택트 사업역량 강화에 주력"
경영진 세대교체도 빨라질 듯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이 회장에 선임되면서 DB그룹 2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신임 김 회장은 DB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이다. DB그룹 안팎에선 김 회장이 세대교체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랜 기간 후계 수업을 받으며 구상했던 ‘뉴 DB그룹’의 청사진을 인사를 통해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온택트’ 사업 역량 키워라”
DB그룹은 1일 이근영 회장이 물러나고 김 회장이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은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그룹 제조서비스 부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DB Inc의 이사회 의장도 맡을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대치동 DB금융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내외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DB를 어떤 환경 변화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경영 원칙으로는 ‘경청’과 ‘소통’을 제시했다. 김 회장이 5년 전부터 SNS 자기소개 화면에 띄운 단어들이다. 김 회장은 “선배 세대의 경험과 지혜에 귀 기울이는 한편,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일을 잘하는 임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각 사 경영진에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품 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구축과 ‘온택트’ 사업 역량을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에 인터넷을 통한 연결을 의미하는 ‘온(on)’을 결합한 합성어다.

김 회장은 취임식 직후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 향후 전략 방안 등을 검토했다. 축하와 덕담을 나눌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DB그룹 관계자는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속도를 내 달라는 주문이 나왔다”고 전했다.
DB그룹 영욕의 50년
DB그룹은 1969년 김 전 회장이 24세의 나이에 창업해 탄생했다. 1970년대 중동 건설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철강, 소재, 농업, 물류, 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에 잇따라 투자해 성장 발판을 다졌다. 창업 30년 만인 2000년엔 10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에 문제가 생긴 것은 이때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강과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동부제철, 동부건설의 자금 사정이 나빠졌다. 이를 해결해 보겠다고 나선 산업은행이 추진한 사전 구조조정이 실패하면서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동부건설, 동부대우전자 등이 하나둘 팔리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산은이 주도한 동부하이텍 매각작업 역시 실패로 끝났다.

DB그룹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했다.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 DB생명, DB금융투자 등 금융 계열사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부문을 포함한 자산 규모는 66조원, 매출은 21조원이다.

외형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알짜 금융사’들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1분기 DB그룹 금융 부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매출 5조8000억원, 순이익 1600억원을 올렸다.

금융 계열사 중 간판 격인 DB손해보험은 국내 손해보험 시장 ‘빅4’ 중 하나로, 해마다 3000억~6000억원대 순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지난해 사이판에 본사를 둔 태평양 지역 중견 보험사 CIC를 인수하는 등 해외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록 있는 전문경영인의 안정감에 오너 2세의 강력한 추진력이 더해져 금융 부문 위상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금융권 전체의 화두인 디지털 전환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형석/임현우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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