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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與의 독주…33년 만에 상임위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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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院구성 협상 결렬

주호영 "일당 독재 시작된 날"
통합당·정의당, 본회의 표결 거부

경제계 "상법 등 기업 규제법안
견제없이 그대로 통과되나"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나머지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건 1987년 12대 국회 후반기 이후 33년 만이다. 국회 내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경제계에선 여당 주도의 기업 규제 법안 무더기 입법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정성호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윤관석 정무위원장,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 등 11명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국회법상 여야 동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은 이날 투표가 이뤄지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이 상임위 여당 독식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야당 몫의 국회 부의장 선출을 거부해서다. 표결에는 통합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민주당, 열린민주당 등 의원 181명이 참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표결 후 직권으로 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까지 박 의장 주재로 법제사법위원장 관련 협상을 벌였다. 여야는 지난 15일 민주당이 야당 몫이던 법사위원장을 일방 선출하면서 갈등을 이어왔다. 통합당은 여야가 21대 국회 전·후반기로 나눠 법사위원장을 맡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2022년 차기 대선에서 집권하는 정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대신 야당이 요구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합의는 무산됐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끝난 뒤 예결위와 정보위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를 가동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좌초시키고 민생의 어려움을 초래한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오늘로 대한민국 국회는 사실상 없어졌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참으로 참담하고 무거운 날”이라고 했다.
결국 다 꿰찬 巨與…경제위기 속 '기업 옥죄기 법안' 대거 처리하나
176석 슈퍼 여당, 11개 상임위원장도 단독 선출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배제하고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면서 법안과 예산심사를 독주하게 됐다. 통합당은 상임위 활동을 통해 야당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정활동의 꽃’인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잃은 만큼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당장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부터 야당의 견제 없이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與, 2주 만에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민주당은 29일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의원들로 선출했다. 지난 15일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뒤 2주 만이다. 당초 여야가 11 대 7로 나눠 갖는 안이 논의됐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민주당이 위원장 자리를 몽땅 꿰찼다.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건 1987년 5월 1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33년 만이다. 김태년 민주당,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담판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모든 상임위에 민주당 의원들이 수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회의 소집권과 법안 상정권한, 의사진행권한 등을 가진 상임위원장까지 민주당이 ‘싹쓸이’하면서 야당의 견제 기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당장 인사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에서 국회의 정부 견제 기능이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통합당 의원은 “아마 장관 대신 차관이 출석해도 허용하고, 정부에 불리한 이야기는 덮어버리고, 청문회는 요식행위로 하는 등 견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 관료들도 힘 없는 야당 의원들을 의식할 리가 없다”고 했다. 통합당은 자체 특위를 가동하고 상임위 활동을 통해 대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영향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당장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부터 졸속 심사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보건복지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가동해 추경 심사에 들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3차 추경을 이번 임시국회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비상하게 각오하고 결단하고 행동할 때”라고 독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차 추경 처리 기한으로 제시한 날짜는 다음달 3일이다. 공공일자리 55만 개 공급과 실업급여 확대, 한국판 뉴딜 등 굵직한 예산이 담긴 3차 추경이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심사 기간에 처리되는 셈이다. 앞서 1차 추경(11조7000억원)은 예결위 상정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7일, 2차 추경(12조2000억원)은 역대 최단인 3일이 걸렸다.

통합당이 상임위 차원의 꼼꼼한 예비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날짜가 닥친 만큼 민주당은 속도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주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파탄내는 현장에서 박 의장은 ‘추경을 빨리 해야 하니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했다”며 “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비판했다.

기업 옥죄기 법안 여당 독주 우려

경제계도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 상당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은데 이를 견제할 야당의 역할은 크게 축소되면서다. 대표적인 게 주주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이 반대하면서 처리가 무산됐지만 민주당이 법안 상정권한을 갖고 있는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만큼 21대에선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도 경제계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해온 법안들이지만 거대 여당의 추진 의지를 볼 때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 앞으로 차기 재보궐 선거 등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추경 심사를 비롯해 각 의원 지역구의 숙원사업 처리에서 통합당 의원들의 의견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역사업 예산 확보 등에서 영향력이 약해질 경우 통합당 의원들의 지역 내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조미현/김소현/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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