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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차 유행에 北리스크까지…외국인·기관 1.2兆 '매물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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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에 무슨 일이…코스닥도 700선 무너져

中 5월 산업지표 전망치 밑돌고, 美 S&P선물 하락도 영향
경기둔화 우려가 차익실현 불지펴…코스피 101P 급락
개미만 매수로 대응…"유동성 많아 조정폭 크진 않을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다시 시장을 뒤덮고 있다. 15일 2%대 전후의 하락세를 보였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급락하며 4.76% 떨어진 2030.8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1482.46까지 밀렸던 지난 3월 23일(-5.34%) 후 최대 낙폭이다. 코스닥은 더 크게 흔들렸다. 7% 넘게 떨어지며 700선 아래로 밀렸다. 코스닥지수도 지난 3월 19일(-11.71%) 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보다 해외변수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진 게 영향을 미쳤다. 한국시간으로 오후에 거래를 시작한 미국 선물시장이 큰 폭으로 밀린 것도 한 요인이었다. 그동안 급등도 부담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조정장에 진입했지만 강도는 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태로워진 코스피2000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후 1시께까지 2120선을 오갔다. 하락률은 1~2%대를 오갔다. 하지만 30분 후부터 갑자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지수가 한꺼번에 밀렸다. 매도 주체는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각각 7644억원, 474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 가운데 연기금도 1787억원어치를 팔았다.

오후 갑작스러운 하락은 중국 경기지표와 미국 선물시장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S&P500선물이 한국시간 오후 2시께 급락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중국 경기 지표도 좋지 않았다. 5월 산업 생산이 지난해 동기 대비 4.4%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5.0%에 못 미쳤다. 소비는 더 안 좋았다. 소매판매는 2.8% 감소했는데 시장 예상치(-2.3%)보다 감소폭이 컸다. 지난 4월 강한 반등세를 보였던 중국 경기지표들이 5월 들어 주춤했다. ‘보복적 소비’가 단기간에 끝나면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지표가 시장 기대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근본적 원인은 코로나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는 것은 조정의 근본적 빌미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지난 주말 사이 확진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은 지난 4일간 베이징을 중심으로 79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베이징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에서 퍼져나갔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처럼 시장을 중심으로 한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이유다. 이 같은 우려가 투자자의 위험자산 회피 현상을 강화하며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지난주 나온 미국 중앙은행(Fed)발 경기 신중론이 세계적으로 최근 급등한 증시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며 “미국도 경제 재개 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서 확진자 수가 늘었다는 부분이 글로벌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한국이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낙폭이 컸던 것은 최근 북한이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

증권업계에서는 조정 기간은 길어질 수 있어도 조정폭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20% 이상의 약세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경기확장 정책을 계속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을 중심으로 증시 주변자금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조정 강도가 약할 것이란 근거가 되고 있다. 개인은 이날 주식시장(유가증권시장+코스닥)에서 1조5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 등 과거 회복장 후 찾아온 조정장에서 공포감에 매도한 것과는 다르다. 지난해만 해도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한 5월 이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다 주춤하자 ‘탈출’에 나섰다. 작년 7월 24일~8월 7일 코스피지수가 2082에서 1909까지 떨어지는 동안 개인은 1조49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동학개미’로도 불린 개인은 이번 3거래일 연속 하락장에서도 3조344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등장을 이끌었을뿐 아니라 하락을 막는 방파제 역할까지 하고 있다. ‘개미털기’로도 불리는 조정장에서 버티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학습효과의 결과로 분석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이 확실한 매수 주체로 자리잡은 만큼 지수 급락 시 저점 매수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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