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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맥주' '족발+소주' 온라인 주문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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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주류 규제 대폭 완화
맥주, 타사 위탁 생산도 가능

치킨 등 음식을 온라인으로 배달시킬 때 소주 맥주 등 술값이 음식값보다 적으면 함께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주류 제조사가 다른 회사 제조시설을 이용하는 위탁제조도 허용된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류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도 ‘음식에 부수하여’ 주류를 배달하는 통신판매는 가능하다. 하지만 음식에 부수한다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음식점 등에서 주류 배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이른바 ‘치맥(치킨+맥주)’도 집에서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규제 개선 방안에는 주류제조 면허를 받은 업체가 타사 제조시설을 이용해 위탁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3~4개 수제맥주업체가 생산량이 늘면서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입하는 것을 고려하자 규제를 없앤 것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승인 사항이던 주류 제조방법 변경도 배합비율 조정 등 단순 변경은 신고만 하면 허용하기로 하는 등 20여 가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주류 규제 관련 규정을 주세법에서 분리해 ‘주류 면허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계획이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올해 정기국회 입법을 추진하고 하위 법령을 개정해 연말까지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전국 택배 가능…술 공장서 빵·화장품도 만들 수 있다
주류 위탁생산 허용…해외 아웃소싱 물량 국내로 유도


정부가 19일 발표한 ‘주류 규제개선방안’에는 제조·유통·판매 등 주류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 개선책이 담겼다. 지난 1월 맥주와 탁주에 한해 주세를 기존 ‘가격 기준’에서 ‘생산량 기준’으로 50년 만에 바꾼 연장선상이다. 개선안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수십 년간 ‘규제산업’으로 옭아맸던 술산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재규정했다는 것과 이번 개정으로 다양한 주종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주류 문화의 기반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카스 공장에서 테라 만들 수도

술을 생산해 파는 건 까다로웠다. 주종별로 국세청에서 받은 별도의 제조 면허가 있어야 하고, 해당 공장에서는 허가받은 자체 술만 생산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제조 면허가 있는 사업자라면 타사 공장에 가서 캔맥주, 병맥주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할 수 있다.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수제맥주업계다. ‘한경 페일에일’ 맥주를 생산하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 A가 있다고 치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캔 공장을 짓지 못해 양조장 인근 업장에 생맥주로만 공급해왔다면 이제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의 대기업 맥주 공장에서 캔으로 생산, 유통할 수 있게 된다. 카브루, 제주맥주, 세븐브로이 등 설비를 갖춘 규모 있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들도 소형 양조장과 다양한 협업을 할 기회를 얻게 된다.

양순필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맥주 종량세로 전환한 뒤 생산 물량이 크게 늘어났는데 국내에서 위탁 제조가 안 돼 해외 아웃소싱을 한 업체가 올해만 3~4곳”이라며 “국내 맥주 생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양조장들은 술 공장으로 허가받아 지정된 주종 외에 다른 음료를 만들 수 없었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맥주를 바쁘게 생산한 지난 1분기에도 강원, 마산, 전주 등 맥주 공장 가동률은 60~70%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롯데주류의 소주와 맥주 공장 가동률은 38%, 오비맥주는 40%대였다.

앞으로는 술 공장에서 음료, 술지게미로 만드는 빵, 화장품 등까지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다. 롯데주류의 경우 맥주 캔 생산 시설에서 롯데칠성의 다른 음료 브랜드 생산을 해도 된다는 얘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공장 내 별도 독립 공간과 설비에서 생산해야 했던 ‘무알코올 맥주’도 생산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술값<음식값’ 한해 통신판매도 허용

판매 관련 규제도 많이 풀렸다. 그동안 ‘음식을 팔면서 부수로 주류를 판매하는 통신 판매는 허용한다’고 돼 있었지만 범위가 불명확해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로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을 때’만 통신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2만원짜리 치킨 1마리를 주문할 때 3000원짜리 생맥주를 6개까지 주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술을 배송할 때 자체 ‘주류 운반차량 검인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이나 전문 주류 물류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규제도 없앴다. 강원도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자사 운반차량 두 대로만 유통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외부 택배 회사를 통해 전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주류 수입회사들도 이번 규제 완화를 반기고 있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수제맥주 회사가 각종 규제에 막혀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지 않고도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주 통신판매 이어 감세 혜택도

전통주의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도 늘렸다. 우선 전통주 제조장과 소규모 주류 제조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서는 주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양조장 투어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주한 외국 군인과 외국인 선원 전용 유흥음식점에 제공되는 주류에만 주세 면제 혜택을 줬다.

제조사와 수입업자만 할 수 있었던 ‘주류 시음행사’도 주류 소매업 면허를 보유한 전통주 홍보관 등에 확대 허용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전통주갤러리, 광명시의 광명와인동굴, 서울시 상생상회, 영동군 영동와인터널 등을 찾는 사람들은 홍보 목적으로 제공되는 술을 시음해볼 수 있게 됐다.

강진규/김보라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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