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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코로나 이후 글로벌 CEO로는 첫 中 방문…"때를 놓치면 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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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현장경영 재개한 이재용
시안 반도체 공장 찾아

李부회장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 대응"
삼성 유일 해외 메모리 공장 찾아 초격차 의지 다져
기술력과 혁신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그는 18일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전 세계적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방문한 첫 사례다. 삼성 관련 재판과 글로벌 소비절벽이란 ‘내우외환’을 타개하는 수단으로 현장경영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격차 반도체가 ‘뉴 삼성’ 초석

이 부회장의 시안 방문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이후 첫 글로벌 현장경영이다. 지난 1월 말 설 연휴 기간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을 찾은 지 4개월 만이다. 올 들어 이미 일곱 차례 국내 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글로벌 무대로 현장경영 행보를 확장한 것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기술 초격차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시안을 방문지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안공장은 낸드플래시 최첨단 제품인 V낸드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08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투자해 시안 1공장을 완공했다. 70억달러(약 8조6000억원)를 투입한 시안 2공장 1단계 공사는 지난 3월 끝났다. 지금은 80억달러(약 9조7000억원)를 들여 2단계 시설을 짓고 있다. 2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시안공장에서만 매달 웨이퍼 25만 장 규모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다.

시안공장에서 생산 중인 V낸드는 수평 구조로 만들던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이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기술력의 결정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셀을 높이 쌓아 올릴수록 전력소비량이 적고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셀을 128단으로 쌓아 올린 6세대 V낸드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160단 이상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 부회장은 신사업인 시스템 반도체(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육성 못지않게 기존 사업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초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6일 기자회견에선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44.1%(2020년 1분기), 33.5%(2019년 4분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엔 CXMT(창신메모리), YMTC(양쯔메모리) 등 중국 업체들도 ‘한국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美와 中은 반도체 패권전쟁 중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 시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화웨이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는 등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시점에 중국을 찾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미국만큼이나 중국 시장을 중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삼성전자에 미국 오스틴공장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의 중국행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현장경영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가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도 미국 반도체 장비와 미국 기술이 들어간 네덜란드 장비 등을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첨단산업 패권경쟁이 삼성에 미칠 파장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다”며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9일 귀국할 예정이지만 2주 자가격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 방역당국은 한·중 ‘신속통로’ 절차로 중국을 7일 이내 일정으로 다녀온 기업인은 귀국 뒤 음성이면 자가격리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한 뒤 음성 판정을 받으면 자가격리가 아니라 능동감시를 하게 된다.

송형석/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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