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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억눌렸던 '보복적 소비' 터졌다…명품·화장품株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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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 딛고 소비 '쑥'

기대감 커지는 소비재株
문 닫았던 매장 잇따라 개점

국내 中 관련주도 반등
LG생건 주가 이달들어 12% 올라

지난 1월 중국 전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명품업체 에르메스는 현지 매장 문을 닫았다. 석 달 만인 지난 11일 에르메스는 중국 광저우에 있는 매장 문을 다시 열었다. 소비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왔다. 광저우 매장 하루 판매액은 270만달러. 한화로 32억800만원어치를 팔았다. 하루 판매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세계 최대 화장품기업 로레알의 지난 1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늘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던 예상은 뒤집혔다. 3월 판매가 크게 늘며 1, 2월 감소분(-14.4%)을 만회했다. 중국에서 ‘보복적 소비’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중국 소비 관련 주식이 반등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기대는 커지고 있다.

명품 화장품 의류 판매 증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보복적 소비’는 명품, 화장품, 가구 등에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해 잇따라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루이비통, 디올, 펜디 등을 거느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최근 “대부분 브랜드의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세계 최대 명품시장인 중국이 살아난다는 소식에 LVMH와 에르메스 주가는 지난달 저점에서 지난 17일까지 각각 24.33%, 30.44% 올랐다. 화장품도 보복적 소비의 대표 품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장 폴 아공 로레알 회장은 “중국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기업 가운데는 고급 술 마오타이주를 판매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주가가 보복적 소비 강도를 보여주고 있다.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지난달 19일 996위안으로 연중 저점을 찍은 뒤 한 달 만에 23.22%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자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정상화됨에 따라 고급 술 소비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LG생활건강 등도 기지개

국내에서도 중국의 보복적 소비 수혜주에 투자자들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이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은 이달 들어 12.6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폭(8.19%)을 웃돌았다. 호텔신라(12.62%) 등 면세점주, 파라다이스(19.31%) 등 카지노주도 이달 들어 돋보이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내 소비심리가 회복되면 수출이 증가하고 따이궁(보따리상)의 방한이 늘어 화장품 판매와 면세점 매출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 전망”이라며 “관련 종목은 매출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이런 전망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 비중이 큰 패션주 F&F(22.03%), 엔터주 JYP엔터테인먼트(17.13%) 등도 이달 들어 주가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흐름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중국 외 다른 나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의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 경기부양책 기대감

보복적 소비 현실화에 이어 중국 정부가 조만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 중국 관련 소비재주는 더 큰 폭으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4조위안을 풀었다. 그 결과 중국은 10%대 성장률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에 중국 정부가 푸는 돈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문제의 원인이 중국 밖에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 안에 있다”며 “최근 주요 국가들처럼 중국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0% 정도의 돈을 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작년 중국 GDP는 99조865억위안이었다. 10%만 풀어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2배가 넘는 약 10조위안에 달한다.

다만 소비가 크게 한 번 몰아친 뒤 소강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은 위험 요인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복적 소비는 주로 사치품이나 기호품을 대상으로 하는데 국내에서 이런 종목은 많지 않다”며 “백화점주만 해도 사치품·기호품 외 다른 품목의 소비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으면 실적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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