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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공동체 연대감을 나누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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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한경 머니 기자) 도서관의 무한 진화가 시작됐다. 독서와 강연의 장소로 활용되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취향 공동체들의 모임 장소로도 팔색조 매력을 발산 중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사람과 책을 잇는 공간에서 나아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연대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연 그 힘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군인으로서 판탈레온의 행동은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명령에 충실했다’란 악의 평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이 소설을 통해 문학이 세계를 인식하는 섬세함과 힘을 실감한 것 같아요.”
“평론가들은 이 책에 대해 ‘다양한 관점, 내면 독백, 내면적 대화와 같은 기법을 사용하고 몽타주 효과, 비연속적이고 파편화되거나 서로 뒤얽힌 복층적인 서사를 구성한다’고 했대요. 그만큼 작가가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얘긴데 저는 다소 어렵게 읽히더라고요.”

지난 11월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립 서강도서관 3층의 작은 세미나실에 4명의 중년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소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이들은 독서 동아리 ‘책두런’의 회원들이다. 2008년 서강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이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이 동아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10여 명의 회원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각자 써 온 리뷰를 통해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엔 도서관 회원들과 ‘목수다(목요일은 책으로 수다를 나누자)’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독서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최영미 씨는 “몇 해 전 꽤 혹독한 슬럼프 시기가 찾아오면서 독서에 몰두했는데, 1년간 거의 하루 종일 책을 읽기만 한 적도 있다”면서 “그때 만약 책을 혼자서만 읽었다면 나만의 보수적인 사고에 빠져 고립감이 컸을 것 같다. 독서 모임이 좋은 건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면서 내 삶의 바운더리가 점점 더 확장되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커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양행화 씨도 “책을 읽는 건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며 “가령, 좋은 책을 하나 읽게 되면 영화나 공연은 물론, 책과 연계된 다양한 정보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그 자체가 재밌다. 무엇보다 독서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깊이 대화하고, 그 속에서 일종의 연대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고 설명했다.

통상 ‘독서’나 ‘자율학습’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도서관이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연대의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책두런’ 회원들처럼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 모임은 물론, 강연과 탐방, 요리·원예와 같은 각종 문화 프로그램, 그림 그리기·글쓰기 모임 등 복합 문화·교육·복지 공간으로 그 역할과 기능이 확장돼 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도서관 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유명 작가를 초청해 독자와 소통하는 북콘서트를 열거나 묵직한 사회 이슈를 심도 있게 토론할 수 있는 강의나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한다. 시민 제안 평생학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료 글쓰기 강좌, 그림 그리기 수업, 컴퓨터 강좌 등도 마련해 두고 있다.

평소 인근 도서관을 자주 활용한다는 직장인 강지숙(34) 씨는 도서관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진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잊고 살면서 자존감도 낮아지고, 고립되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책이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에 가게 된 도서관에서 북콘서트 등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접하고,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하면서 공감을 통한 위안을 얻게 됐어요.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요. 앞으로는 저도 기회가 된다면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서강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에서는 이웃과의 소통은 물론 배움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실례로 컴퓨터를 전혀 다루지 못하셨던 60대 후반 어르신이 도서관 내 디지털자료실에서 타자 사용 방법과 글쓰기를 배우셔서 올해 동서문학상에서 입선하신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도서관이 시민의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된 배경에는 ‘삶의 질’에 중점을 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내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안의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일상에서 여가를 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내세웠다.

이 중 생활밀착형 도서관 확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표 사업으로, 낡고 폐쇄적인 공공도서관을 북카페와 같이 책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개방형 휴식공간으로 바꿔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지역 특성을 살린 ‘작은 도서관’ 조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노후한 공공도서관 107개를 리모델링하고, ‘작은 도서관’ 지원 대상을 올해 16개에서 243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공공도서관 건립 지원 예산을 819억 원으로 올해(702억 원)보다 17% 증액했다. 작은 도서관 조성 지원 예산은 올해(10억 원)보다 20배 이상 많은 232억 원으로 책정했다.

지자체도 도서관 확충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올해 서울시는 ‘도서관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간 도서관 인프라가 부족했던 지역을 위주로 서울 시내 5개 권역별로 시립도서관을 신설한다. 이를 포함해 앞으로 5년 동안 공동도서관 30개를 확충하기로 했다. 어린이는 물론이고 100세 시대의 고령자까지 평생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도서관 자료 구입비도 기존 125억 원에서 2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해 보유 장서도 늘릴 방침이다. 부산시에서는 전국 처음으로 관할 시군구 도서관 122개의 자료를 모두 통합하는 ‘부산도서관 통합 웹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이 시작됐다.

올 연말까지 모든 소장 도서와 회원 정보를 통합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통합된 도서관 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광주시도 1자치구 1시립도서관 시대를 연다. 광주시에 따르면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 건설을 위해 서구와 광산 지역에 공공 시립도서관 2곳을 2022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도서관을 향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늘어나면서 지역봉사 활동의 거점으로도 도서관의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다. 다문화가정 도서택배 서비스, 장애인 도서배달 서비스, 저소득 취약 계층 서비스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 활동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독서 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독서 동아리 컨설팅’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관악구의 ‘독서 동아리 이끎이’ 시스템이다. 이끎이는 독서 동아리 길잡이 전문가를 양성해 동아리 활성화 및 자생력을 강화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이끎이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끎이 연수’를 통해 동아리 구성 방법과 독서 토론 요령을 배울 수 있다.

또한 동아리 운영 방법이나 예산 회계 정산 독서토론 등 관련 자료를 제공받거나 정기 자문도 가능하다. 올해 제4기 이끎이 활동에 참여한 변미아 씨는 “독서는 개인을 변화시키지만 독서 동아리는 우리를 변화시킨다”며 “다양한 독서 모임과 연계 활동을 통해 이웃과 나눔을 넓혀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식 복지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행위다”고 말했다.

같은 기수 박소현 씨도 “독서를 통해서 공동체를 생각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며 “이런 기회가 늘어날수록 내 삶의 울타리가 커지고, 그 속에서 이웃과의 연대감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다. 그것이 곧 정신적인 풍요다”고 덧붙였다. (끝) / 출처 한경 머니 제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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