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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너트향...나는 왜 안 나지? '커핑 체험'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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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10년차 커퍼와 해본 '커핑 체험기'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커피나무에서 따낸 잘 익은 커피 생두를 알맞게 로스팅 한 뒤 이에 맞는 등급을 매기는 사람들. ‘커퍼(cupper)’라고 합니다. 전 세계 원두 산지에 흩어져 있는 이들은 그 해에 수확한 원두를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람들이자, 이후 시장에 나갔을 때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지요.

얼마 전 페루 최대 커피협동조합인 ‘센프로커피’에서 10년 간 일해온 베테랑 커퍼 헨리 메고 실바에게서 ‘커핑 레슨’을 받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커피를 좀 마셔본 사람들 중에도 커핑을 체험해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부터 두근거리더군요. 특별한 경험이었던 만큼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단계별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커핑 테이블에는 세 종류의 원두가 각각 5개의 컵에 나눠 담겨 있었습니다. 커핑의 매 단계마다 정확한 평가를 하기 위해 한 품종당 5개로 나눠 담아 같은 순서로 반복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세 종류의 원두를 평가한다면 총 15잔이 필요한 셈입니다.

①향(fragrance)-커피를 갈아서 샘플잔에 담는다

각 잔마다 8.5g의 커피 원두를 담습니다. 이때 커피 잔 안으로 코를 깊숙하게 집어넣고 향을 맡습니다. 마른 커피의 향을 평가하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짧게 ‘킁킁, 킁킁’하면서 맡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폐 속까지 공기를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원두의 껍질 가루가 날려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는 어려워 짧게 여러 번 맡아 보았습니다. 처음 맡은 향이 가장 강렬하게 인지되어서인 지 세 번째 샘플로 넘어갈 때에는 잘 구분이 안 됐습니다. 계속 숨을 크게 쉬니 어지러움증도 살짝 있었습니다.

②풍미(aroma)-11㎎의 물을 바로 붓는다

분쇄된 원두에 11㎎의 물어 붓고 향을 체크합니다. 물의 온도는 92~96℃정도. 여기서 꽃향기, 벌꿀향, 너트향, 캬라멜, 유칼립투스 등등 맡을 수 있는 향들을 상세하게 기록했습니다.

③표면 쪼개기(breaking)

물을 붓고 3~4분이 지나면 분쇄된 커피 원두가 물의 표면으로 떠오릅니다. 이때 스푼으로 표면을 살짝 서너 번 동그랗게 저어주는 것을 ‘브레이크’한다고 합니다. 이때 표면이 깨지면서 순간 확 치고 올라오는 강한 향을 맡아보는 것입니다. 초보자여서 그런 건지, 감각이 둔해서인지 사실 2단계와 3단계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④거품 걷어내기(skimming)

브레이킹 단계를 지나면 스푼 2개를 양 손에 쥐고 ‘크러스트’라 불리는 표면의 부유물들을 걷어내는 ‘스키밍’ 작업을 합니다. 사실 커피를 맛보기 위해 하는 전 단계 작업인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한번에 걷어내기가 어려워서 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⑤커피 홀짝이기(slupping)

마지막 단계인 슬러핑. 이 단계는 70℃정도로 식은 커피를 순간적으로 입안에 분사시켜 맛과 향을 느끼는 작업이랍니다. 입안에 커피를 ‘후루룩’ 재빠르게 들여보내는 과정에서 치아 사이로 통과한 미세한 커피 입자가 혀와 입안에 골고루 퍼지게 하는 게 기술이랍니다. 살짝 머금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실제 마시지 않고 뱉는 커퍼들도 많답니다. (마실 때 나는 맛과, 뱉을 때 나는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초보에게는 역시나 구분하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슬러핑을 할 때는 꽤나 거친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스으으읍….’ 뜨거운 국물 마실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렇게 거칠고 과감하게 슬러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답니다. 공기 끝에서 나는 맛, 커피가 부스러지면서 나는 향을 코끝으로 더 미세하게 맡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같은 커핑 작업은 총 세 번을 반복해야 한답니다. 따뜻할 때와 식었을 때 등으로 구분해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평가지를 실바와 비교했을 때 좌절했습니다. 전혀 맡지 못한 향과 맛을 그가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점수를 떠나서 ‘도저히 맡을 수 없던 그 향’이 실바의 말을 듣고 다시 맡아보니 나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알 수 없던 맛’도 해답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커퍼들은 하루에도 수십 잔, 수백 잔을 마셔가며 커피와 함께 살아간다고 합니다. 술, 담배는 가급적 멀리하고 자극적인 음식도 피한다고 하는군요. 타고난 감각도 매우 중요하고요.

커핑 체험을 한 뒤 얻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무슨 향이 숨어있을까, 어디에서 온 맛일까’를 상상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끝)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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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9.10.24(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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