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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경제위기 '10년 주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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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국제부 기자) 9월15일은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지 딱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2008년 당시 미국 4위 IB였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이른바 ‘10년 주기설’에 대한 경고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10년 주기설은 대략 10년마다 세계적인 규모의 경제위기가 발생하거나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1987년 미국 블랙 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약 10년 간격을 두고 발생했다는 것이죠. 그렇게 따지면 올해나 내년께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10년 주기설의 내용입니다.

얼마 전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브라운 전 총리는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임하면서 주요 20개국(G20) 간 정책 공조를 주도하는 등 위기 극복에 한 몫을 담당했습니다.

그는 최근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래 위기를 향해 몽유병 환자처럼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위험이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깨달아야 하지만 지금 세계엔 리더가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이에 대처할 국가 간 공조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브라운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국제 협력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무엇이 위기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될지는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우리는 경제 주기 상 후반부에 와 있다”고 했습니다.

미 투자은행 JP모간도 위기를 경고했습니다. JP모간은 자체 모델 분석을 통해 다음번 금융위기가 2020년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내놨습니다. JP모간은 경기 확장 기간, 레버리지 비율, 자산가격 고평가 정도 등을 분석했는데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미국 주가가 약 20% 하락하고 미국 회사채 금리는 1.15% 오르며 에너지 가격은 30%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신흥국이 받는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신흥국 주가는 48% 하락하고, 통화가치는 14.4% 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 경제는 외견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한국 경제도 성장률 하락, 고용 악화 등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시스템적 위기 징후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파도는 만만치 않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달러 강세의 반작용으로 일부 신흥국은 이미 외환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세계 경제는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라고 할 만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다가 순식간에 위기로 빠져 들었습니다. 10년 주기설을 그냥 흘려 들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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