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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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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국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습니다. 옛 측근들의 위법 행위가 유죄로 결론나고 있어서 입니다.

2016년 대통령선거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금융 사기와 세금 사기 등 8건의 혐의에 대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매너포트는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같은 날 선거자금법 위반, 금융 사기, 탈세 등의 혐의에 대해 스스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형량을 낮추기로 검찰과 ‘플리바게닝’을 한 것이죠.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과 관련해 전직 포르노 배우 두 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매우 곤란한 처지가 됐습니다. 매너포트와 코언이 앞으로 법정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도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데요. 미국 정치 관련 도박사이트 프리딕트잇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초까지인 첫번째 임기 중 탄핵을 당할 확률이 43%라고 예측했습니다. 지난 5월 37%보다 높아진 것입니다.

하지만 탄핵이 간단치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우선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이어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상원과 하원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다수당입니다.

더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중간선거가 탄핵에 대한 국민투표가 되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유리해진다는 얘기입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의회 다수당이 되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선 하원 435석 전부와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뽑습니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이 241석, 민주당이 194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24석을 더 얻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더라도 상원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9석입니다. 단순 수치 상으로는 민주당이 두 석만 더 얻으면 다수당이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뽑는 35석 중 민주당이 갖고 있는 의석이 26석입니다. 민주당이 35석 중 26석을 가져가더라도 본전밖에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또 민주당이 방어해야 하는 의석 중 10석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긴 곳이라고 합니다. 현상유지조차 만만치 않은 것이죠.

게다가 상원은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3분의 2가 찬성해야 탄핵이 됩니다. 새로 뽑는 상원 의석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서 58석이 되더라도 탄핵소추안 의결에 필요한 67석엔 여전히 모자랍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45%에서 큰 변화가 없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측근들의 범죄가 드러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엔 변화가 없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의석이 모자라더라도 혹시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다수 쏟아져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 빈 웨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화당원들은 (탄핵 위기에 몰리다가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자신들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들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몰락하면 그들도 몰락할 것이다.”

반란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스캔들에도 탄핵을 당하지 않고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낼지 주목됩니다.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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