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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에 휩싸인 인하대...재도약 구심점 되는 신임총장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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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완 인천주재기자) 인천지역의 대표적인 대학인 인하대가 요즘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954년 개교해 17만 명의 인재를 배출해 산업화·민주화시대를 이끌고, 지역의 정관계는 물론 경제·사회·문화·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안타까움은 더해갑니다.

이 대학의 혼란은 지난 3월 대학 역사상 처음으로 총장 해임, 6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부정입학(1998년 경영학과 편입) 의혹에 따른 교육부의 현장조사, 신임총장의 선출을 둘러싼 내홍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교 출신 최순자(화학공학 71학번) 14대 총장은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해 130억원(이전 총장 투자금 포함)에 달하는 손실 책임으로 해임됐습니다. 2002년 10대 총장 이후 연이어 4번째 중도 퇴임이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씁쓸함이 더합니다. 최 전 총장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 인천교육감에 도전, 전화위복을 노렸지만 더불어민주당 바람과 단일화 실패로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총장의 해임으로 학내가 어수선할 때 대한항공의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일부 동문들과 지역 시민단체에서 재단(한진그룹)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결국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조사 요구로 이어지는 등 혼란은 계속 됐지요. 교육부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1998년 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학점미달 등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혹과 대학의 회계운영의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월4~8일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달 11일 조 사장의 편입학 취소를 대학측에 통보했으며, 대학측은 편입학 과정에 문제점은 없었다며 이달 10일 재심의 요구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인하대 총학생회동문협의회,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대학 재단의 이사인 조원태 대항항공 사장의 사임과 조양호 이사장의 퇴진 주장은 여전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인하대, 재단 등과 협력관계에 있었던 총동창회가 최근 재단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총동창회는 모교의 송도국제도시 캠퍼스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2010~201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6억7000만원을 전달하고, 현 용현동 캠퍼스에 동창회관을 제공받기로 약속했는데 학교법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 2월 인천지방법원에 부당이득금 청구소장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6월에는 총장추천위원회 구성문제로 출범이 지연되자 재단과 일부 이사진들의 책임을 지적하는 입장문도 발표하지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총동창회의 행동이었습니다. 그만큼 재단에 대한 불만이 켜켜이 쌓여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임 총장을 뽑는 과정도 순탄치 않습니다. 11명의 총장추천위원회 구성을 놓고 재단과 대학 교수회의 힘겨루기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총장추천위원장의 자격시비 문제, 특정후보의 내정설, 중도 사퇴설 등 대학캠퍼스에는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신임 총장을 구심점 삼아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는 시민들과 대학 구성원들의 한숨 섞인 실망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대학재단은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최종 후보 2명 중 1명을 인하대 15대 총장으로 선임합니다. 신임 총장 후보는 조명우 기계공학과 교수(전 총장 직무대행)와 김민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법대학장)입니다. 신임 총장은 인하대의 송도캠퍼스 조성사업, 학사구조 개편, 성과연봉제, 재정개선 방안 등 난제들에 대해 재단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대학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송도캠퍼스는 현재 용현캠퍼스의 협소화 대안으로 부지 매입비 총 1076억원을 투자하는 캠퍼스 확장(22만5061㎡) 계획입니다. 이 건에는 부지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학교 재정,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캠퍼스 확장의 시기성, 현 캠퍼스 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연구기능의 비효율성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이 겹쳐 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학사구조 개편, 지난해 추진하다가 중단된 성과연봉제, 적립금의 급감에 따른 재정개선 문제, 신입생들의 입학성적 제고 등이 신임총장이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29일 이후 신임총장이 결정되면 관계된 대학 구성원들 모두 결과에 승복하고 대학발전을 위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자세입니다. 총장 선출과정의 내홍이 총장 선임 결과에 따라 후폭풍으로 변질된다면 올해는 인하대의 잃어버린 한해가 될 것입니다. 대학 관계자와 인천시민들은 “총장의 리더십 부재(결여)로 내년까지 내홍이 계속된다면 인하대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이라며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끝) /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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