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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한은 총재와 12명의 은행장이 만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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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지난 18일 저녁. 모든 업무를 마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향한 곳은 서울 명동에 있는 전국은행연합회관 건물이었습니다. 이날은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이 총재를 초청해 은행장 간담회를 연 날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한은과 은행권의 소통을 강화하고 금융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 총재를 초청했답니다. 사실 요즘 은행권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살얼음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에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고요. 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흥국에서는 자금이탈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시중금리 상승 영향으로 대출금리 등이 빠르게 치솟고 있는 실정이라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과 속도에 대한 얘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었을 겁니다.

이날 이 총재는 우리, 국민, 신한 등 국내 주요 은행장들과 저녁 식사를 겸한 간담회 형태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장 안팎의 관심이 꽤 쏠렸답니다. 이 총재가 12명의 은행장과 허심탄회하게 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이 총재 역시 이날 간담회 직전 “최근 경제 상황에서 하고 싶은 얘기도 있고 은행장들도 관심있는 얘기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국제금융 환경 변화에 관심이 많지 않겠느냐”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격의 없이 다양한 대화가 오고 갔지만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 등 통화정책 관련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고 합니다. 중앙은행 총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시장에 일종의 신호로 여겨집니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특정 행사에 참석하거나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힐 일이 있을 때 끊임없는 내부 논의와 토론을 거쳐 단어 하나, 문구 하나까지 계산해도 발언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죠.

이날도 한은의 통화정책 보다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속도, 신흥국 금융위기,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에 대화의 초점이 맞춰졌다는 전언입니다. 은행장들이 최근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무엇보다 급증한 가계부채입니다. 특히 금리 인상기의 가계부채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올 3월 말 기준 한국의 가계 빚은 1500조원에 육박합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1730조원)의 85%까지 차올랐죠.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계소득 보다는 두 배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최근엔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어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금리가 덩달아 뛰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 수 밖에 없습니다.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의 80% 가까이가 변동금리 대출로 이뤄지고 있거든요. 이렇다 보니 은행장들에겐 이런 가계부채 문제가 가장 고민스러울 겁니다. 이벤트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이 총재와 은행장들의 이번 간담회가 국내 금융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 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끝) /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