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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당신은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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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문화부 기자) 올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까지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북한을 둘러싼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후 아베 일본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에 드는 비용 일부를 부담할 뜻이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를 방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국제 외교가에서 김 위원장의 주가가 갑자기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김 위원장, 그리고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이런 궁금증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3층 서기실의 암호'처럼 북한 및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프랑스인의 눈에 비친 북한을 그린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과 일본인의 시각으로 본 '김정은'은 제 3자의 입장에서 쓴 책입니다. 한반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이들은 어떻게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 책을 펼쳤습니다.

우선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역사와 정치, 경제와 사회·문화 등 7개 주제 별로 100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북한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예를 들면 ‘왜 북한을 은둔의 왕국이라 부를까’ ‘한국전쟁의 세 가지 국면은 무엇일까’ ‘김일성은 누구였을까’ 등에 대한 답변으로 2~3쪽을 기술하는 방식입니다. ‘통일은 가능할까’에서 “먼 전망이지만 향후의 평화협정이나 실현 불가능한 비핵화라는 통일의 관건은 유토피아보다 힘든 하나의 이상”이라고 내다본 부분이나 ‘왜 북한 인민은 봉기하지 않을까’에서 “우물 안 개구리기 때문에 외부 세계를 보지 못한다. 인도하는 빛은 단 하나뿐이고 그 빛을 진심으로 사랑하라고 배웠다.”라고 설명한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반도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최근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 참고해서 보기에 적합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개나 되는 질문을 설정해 놓다보니 북한의 상황이나 북한 지도자의 면면을 파고들기보다는 개괄적인 설명에 치중한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2~3쪽의 분량으로 깊이있는 분석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죠.

검정색 바탕의 표지에 빨간색의 한자로 제목을 새긴 '김정은'은 일본 <주니치신문> <도쿄신문>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 고미 요지가 쓴 책입니다. 그는 과거 <도쿄신문> 서울 지국장을 지냈고 주로 한반도 정세에 관해 취재해왔습니다. “그는 미치광이가 아니면 천재, 둘 중 하나다” “꽤 영리한 사내” “자살 행위를 하고 있는 로켓맨” “국민을 굶기고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 미친 남자” 모두 김 위원장을 지칭한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입니다. 양 극단을 오가는 이런 묘사보다는 이 책의 1장 ‘김정은의 본모습’ 2장 ‘김정은의 뿌리’를 읽으면 그의 성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제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경제 정책의 저력’에 대해 쓴 4장입니다. 저자는 “과거 북한은 기아의 시기를 거쳐왔지만 경제의 기반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고 신흥 부유층도 대두하고 있다”며 “이것은 나도 놀란 부분”이라고 썼습니다. 경제 제재가 좀처럼 효력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라는 추측도 덧붙였습니다. “무기 관련 제품의 밀매나 노동자의 해외 파견 등으로도 벌어들이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에 의한 경제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점으로 미뤄보면 (북한)국내 경제는 제재만으로 큰 영향을 받기 힘든 자급자족의 체계가 완성돼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 외무성을 지낸 강석주가 직접 한 말을 인용해 “북한이 달러가 필요해서 핵개발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부분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저자는 남북 간 본격적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이전인 2018년 2월 이 책을 탈고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저자는 맺음말을 통해 “한국이 국가의 위신을 걸고 개최한 이 대회는 실제 경기보다 불시에 참가한 북한이 연기하는 정치쇼가 주인공의 자리를 꿰찼다”고 평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북한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계속 무시당했다”며 “그런 만큼 갑작스러운 ‘화해 정국’에 완전히 정신을 뺐긴 듯하다”고 쓴소리를 합니다.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갈 것이 아니라 북한, 그리고 김 위원장의 변화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는 점에 책 출간의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끝) /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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