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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청와대의 언론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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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정치부 기자)청와대가 지난 29일 조선일보와 TV조선을 상대로 김의겸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냈습니다. ‘조선일보 및 TV조선 보도 관련 대변인 논평’이라는 제목인데요. 청와대는 “우리는 지금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맞고 있다.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공포를 벗어던질 수 있는 호기다”며 “하지만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아슬아슬한 것도 사실이다. 일부 언론 보도가 그 위태로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조선일보의 보도가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청와대가 꼽은 ‘심각한 보도’는 세 가지입니다.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조선일보> 5월28일)>,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5월24일)>,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달러 요구(5월19일)>입니다. 청와대는 이들 기사에 대해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수 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청와대는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자세”라면서도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익과 관련한 일이라면, 더구나 국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면 한번이라도 더 점검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제 그만 잡고 있는 발목을 놓아주시기 바란다”며 “어렵게 어렵게 떼고 있는 걸음이 무겁다”며 격앙된 비판을 내놨습니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가 언론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미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기자들은 이날 김 대변인에게 다른 언론도 오보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조선일보에만 성명을 낸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했습니다. 이는 오보로 판명된 <“평양서 북미 정상회담 유력”(<한겨레> 5월11일)> 등의 기사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습니다. 김 대변인은 “(보도가) 미치는 파장이 조금 달랐다”며 “청와대 담장을 넘어선 (파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그 파장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단계를 밟는 것만으로 북한에 보상을 해주라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사설을 쓴 것이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김 대변인이 “정보의 특수성 때문에 오보로 확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거짓임이 드러나더라도 북한이 법적 조처를 취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을 보면 북한 측에서 거센 항의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 언론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오보를 두고 백악관과 설전을 자주 벌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2일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이 어려울 수 있다는 뉴욕타임즈 보도에 대해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오보”라고 공격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오보를 낸 ABC뉴스에 대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실수를 했다면 인정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짐 아코스타 CNN 기자는 “기자들은 선의의 실수(honest mistakes)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가짜뉴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ABC뉴스는 오보를 낸 해당 기자를 1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물론 청와대가 언론에 대해 비판할 자유는 있습니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와 언론 사이에 건강한 토론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론에 국익을 생각하라는 청와대의 태도는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저널리즘에서는 국익보다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게 오래된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기사가 공익을 우선했느냐는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청와대가 언론에 국익을 강조하는 게 적절했는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김 대변인의 말처럼 북한과 관련된 정보는 언론이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경로로 취재한 내용에 대해 청와대가 ‘발목을 잡는다’고 인식하는 것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정보가 권력에 독점된 상황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과 같은 효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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