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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애써 해체한 우리금융지주 부활시키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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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금융부 기자) 우리은행은 지난 20일 이사회,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지주사 전환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관련 기사를 내보냈지요.

그런데 기사가 나가자 독자들로부터 “우리금융지주를 굳이 해체해놓고서 왜 다시 지주사로 전환시키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지주사 체제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면 왜 굳이 기존 지주사 체제를 없앴냐는 궁금증이었습니다. 실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건이 금융위의 승인과 연말 주주총회 등을 거치면 2014년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된 지 4년2개월 만에 다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매각하기엔 덩치가 너무 컸던 우리금융지주

2014년 우리금융지주 해체 이유를 찾아보면 크게 ‘공적자금 회수’와 ‘실현가능한 매각 방안 모색’ 이 두가지입니다. 예전 우리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워진 금융회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모두 공적자금 수혈을 받았었지요. 총액으로는 12조 8000억원 가량 됩니다.

이후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을 위한 시도를 수차례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불발됐습니다. 주된 이유는 큰 덩치였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에 관심을 보이는 금융회사는 있었지만 전체를 다 사들이기는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묘안이 분리 매각이었습니다. 정부는 2013년 시장 수요에 맞게 민영화 실현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분리매각 방침으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지방은행계열 △증권계열 △우리은행계열 등 3개로 분리한 다음 경남은행은 BNK금융지주에,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에 매각시켰지요. 우리투자증권은 농협금융그룹에 팔았습니다.

법상 금융지주 사려면 지분 100% 매입해야

우리금융지주 해체는 분리 매각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기존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중에서 매각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핵심 회사는 우리은행이었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체제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을 매각한다면 남아있는 우리은행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당시 금융당국의 판단이었습니다. 계열사 시너지가 줄어드니 우리은행의 가치도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상자사인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도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하는 데 또 다른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상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때 발행주식의 총수(100%)를 소유해야합니다. 한 때 KB금융지주 등이 우리금융지주에 관심을 보인 적도 있지만 지분 전체를 사야한다는 점이 부담이었지요. 결국 우리금융지주는 인적분할을 통해 경남은행지주, 광주은행지주 등이 분리돼 나갔고, 우리금융지주 자체도 우리은행과 합쳐지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정부도 우리금융지주 해체와 매각 등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에 어느정도 성공했습니다. 2001년 4월 우리금융지주 설립 시 투입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에 대한 회수율은 86% 가량입니다.

정부, 우리은행에 남은 지분 가치 극대화 필요

정부는 이제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갖고 있는 우리은행 잔여 지분 약 18%를 마저 팔면 공적자금 회수 임무를 다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의 주당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회수할 수 있는 공적자금 규모를 극대화해야하는 의무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지주사 전환을 선택한 것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제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숙제도 어느 정도 끝났다”며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 계열사끼리 정보 공유가 가능해 통합 고객관리, 계열사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복합 비즈니스를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의 잔여 지분은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 뒤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지요. 그는 “우리은행이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시장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잔여 지분의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지주사 전환은) 타당한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새 M&A 시장 열리나

우리은행은 지주사로 전환하면 부동산신탁회사, 캐피털 사 등 소규모 계열사를 먼저 사들인 다음 장기적으로 증권사, 보험사 인수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먼 얘기이긴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부활하면 금융권 M&A 시장에는 새로운 큰 손이 등장하게 되는 셈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성공적으로 부활할 수 있을 지, 또 얼마나 경쟁력 있는 계열사를 인수할 지 주목됩니다. (끝) /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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