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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날짜, 장소 발표에 뜸 들이는 트럼프…“채널 고정” 리얼리티 쇼 효과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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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 정치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날짜, 장소 발표에 뜸을 들이고 있다. “모든 게 다 결정됐다”고 호언하면서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세계 외교·안보 관계자들의 애를 태운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리얼리티 쇼 진행자 같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프로 방송인 출신이다. 특히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1년간 취업 면접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진행자로 활약했다. 이 당시 매회 탈락자를 검지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당신은 해고(You‘re fired)”라고 말하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제스처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방송인으로서의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즐겨 쓰는 수단은 트위터다. 지난 4월30일엔 판문점을 회담 개최지 후보로 꼽고, 지난 1일엔 “장소와 날짜를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이 가시화됐다며 “채널 고정(Stay tuned!)”을 외쳤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야말로 ‘진짜 뉴스(real news)’라 강조한다. 자국 언론에 대해선 ‘가짜 뉴스(fake news)’, ‘마녀 사냥(witch hunt)’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비난한다.

지난 4일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총기협회(NRA) 연례회의 연설에선 “우린 실제로 우리가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결과를 내놓았고, 정말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대 미 행정부에서 가장 드러내기 꺼렸던 북한과의 협상 준비 과정을 조금씩 공개하며 자화자찬하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마치 ‘클리프 행어(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매회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끝내 시청자들을 긴장시키는 편집 기법)’처럼 다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참모진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개최지로 판문점을 거론한 후 이를 극력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의 눈길도 곱지 않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6자 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북한과 5분만 협상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미리 말하지 않는게 좋다는 걸 분명히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과거와 다르게 일 처리를 한다는 걸 자랑으로 여기지만, 이는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심각한 사안이다. 좀 더 절제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끝) / mi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