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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능숙한 '언론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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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정치부 기자)지난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한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선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회담에선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정은의 캐릭터를 엿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언론의 평가를 신경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회담을 앞두고 가진 사전 환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한 마음가짐으로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과 좋은 이야기를 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재인 대통령 앞에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들한테도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환담장에는 회담 취재를 담당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있었는데요. 이를 의식한 듯 “기자 여러분에게 말씀드린다”고 얘기한 것입니다.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기념 촬영을 찍은 뒤에도 “잘 연출됐습니까”라며 언론을 의식했습니다. 판문점 선언 후 문 대통령과 함께 공개 기자회견을 가진 것 역시 ‘친언론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전 세계에 정상회담을 생중계하자는 우리 측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청와대가 지난 29일 사후 공개한 김정은의 메시지에도 언론을 신경쓰는 모습이 여럿 있었습니다. 김정은은 다음달 북한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 및 언론을 초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부는 미국과 한국의 언론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정은이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한 후 국내외 언론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쓸모 없는 핵실험장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2011년 집권 직후부터 해외 언론을 능숙하게 활용해 왔습니다. 2012년 4월에는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광명성 3호를 발사하면서 외국 기자를 초청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도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외신 기자를 평양으로 불렀습니다.

김정은의 이같은 모습에 정상국가 리더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유년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하면서 여론 형성에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북한과 자신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깁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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