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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에 엔화 강세까지…골머리 앓는 일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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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 압박 기조로 원화 가치가 오르고(원·달러 환율은 하락) 있습니다. 이달 들어선 3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고요.

최근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까지 더해졌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리대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이 흔들리면서 모처럼 달아오른 경기 회복세가 사그라들 수 있습니다. 가파른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죠.

통화가치 절상을 걱정하는 건 비단 한국만이 아닌 듯 합니다. 이웃 국가인 일본 얘기입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6% 가량 절상됐습니다.

최근 기술주 급락 등의 여파로 미국 뉴욕증시가 하락한 상황에서 안전자산 중의 하나인 엔화가 강세를 띤 겁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시장에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 늘상 엔화는 강세를 나타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도 크게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 이슈가 불거지면서 달러화, 중국 위안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엔화가 주목받고 있거든요.

소시에테제네럴(SG)은 연초부터 진행된 엔화 강세가 일본의 부진한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습니다. 엔화 강세 땐 수입 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수출기업과 마찬가지로 일본 수출기업들의 고민도 깊습니다. 일본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유지한 것도 결국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이유가 크거든요.

일본 정치 상황을 외환시장과 연계해 살펴본 국제금융센터의 분석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학스캔들이 재조명되면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추진력 약화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올 2월 48.0%에서 3월 36.7%로 떨어져 2017년 7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아베 총리 취임 당시부터 내각 경제정책의 주축으로 운용돼 온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결국 엔화 강세 요인이 된다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시각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도 “일본은행 내 양적완화 지지자들의 영향력이 약해질 경우 추가 완화 조치의 가능성이 크게 감소하고 통화정책 정상화 추진에 있어 유연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원화 가치의 움직임 못지않게 엔화 가치의 향방도 관심 있게 살펴보면 좋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