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금리 역전' 앞두고도 저물가에 발목 잡힌 기준금리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은정 경제부 기자) 10년 반 만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0~21일(현지시간) 주재하는 첫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 미국은 연 1.25~1.50%입니다. FOMC가 금리를 올리면 연 1.50~1.75%가 됩니다. 그야말로 한·미 금리 역전이 눈 앞에 다가온 겁니다.

시장에서 한·미 금리 역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게 되면 아무래도 국내에 유입된 해외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입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Fed가 올해 3~4차례, 한국은행은 1~2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올해는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를 웃도는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미국의 금리 수준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국내외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결정됩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통화정책은 중대 변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일형 금융통화위원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건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가 바뀐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한국과 금리 역전 개념을 떠나 선진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 한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한은은 올 1월에 이어 2월까지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20일 공개된 2월 금리 결정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의 고민과 금리 동결 결정 배경 등을 좀 더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금통위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저(低)물가였습니다. 소비자물가의 경우 올 1월엔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하는 데 그쳤고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대 초반으로 하락했습니다. 금통위원들은 예상보다 ‘물가 상승률 하방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대다수 금통위원들은 “물가상승 압력이 현재화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한은이 발표한 1월 전망대로 올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에 이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낸 금통위원도 있었습니다. A 금통위원은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2012년 이후 평균 물가상승률을 이용해 향후 물가 경로를 시뮬레이션해보면 지난 1월 전망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기반한 물가상승은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 운영 측면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금통위원은 “전 세계적인 주가 조정과 장기 시장금리 상승,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강화, 외국계 자동차회사의 국내 공장 폐쇄 결정 등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다소 위축돼 보인다”는 우려도 내놨습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저물가 외에도 고용과 구조조정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도 눈 여겨 볼만 합니다. B 금통위원은 최근 고용 동향 관련해 “단기간의 변동 뿐만 아니라 장기 추세의 변화에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고용창출의 기여도가 높은 서비스업 부문에서 고용 증가세가 최근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C 금통위원은 한국GM의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을 두고 “다국적 자동차회사 문제가 부각되면서 자동차업종도 여타 경기취약업종처럼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조업생산지수가 2010년대 들어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