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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기재부가 직원 짝 지어주기 발벗고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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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주 경제부 기자) 14일 저녁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한 호프집. ‘화이트데이’를 맞아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 24명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어색한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모두 세종시에 자리한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입니다.

이날 일군의 남녀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건 바로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청춘남녀 인연 만들기>라는 제목의 ‘단체미팅’이 열려서입니다. 미팅에는 기재부 직원 12명(남성 7, 여성 5)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토연구원 등 외부기관 직원 12명(여성 7, 남성 5)이 참가했습니다.

모두가 선망하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이들이 단체미팅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이번 행사는 결혼은커녕 연애조차도 쉽지 않은 소속 공무원들을 보다 못한 기재부가 처음으로 직접 나서서 기획했습니다.

물론 과거 기재부 미혼 공무원은 선 자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경제정책·예산·세제 등 막강한 권한을 쥔 경제 컨트롤타워에 근무하는 엘리트에 대한 ‘시장’에서의 수요가 그만큼 대단히 컸다는 얘기죠.

하지만 2012년 말 기재부가 서울과 가까운 경기 과천을 벗어나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습니다. 당장 미혼 직원들에 대한 소개팅, 선 자리가 절반 이하로 뚝 끊긴 건데요. 평소 원체 업무량이 많아 데이트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을 떠나있다 보니 새로운 이성을 만날 기회마저 크게 줄어들었답니다. 한 사무관은 “아무래도 결혼하면 세종시 생활을 해야하는데, 결혼 후 서울에 함께 살며 맞벌이를 원하는 여성들이 많다보니 상대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푸념했습니다.

기재부는 미팅 주선에 앞서 부처 내 미혼직원 현황분석에 우선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1021명 중 26.6%인 272명이 미혼직원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성별로는 미혼남성이 150명, 미혼여성은 122명이었습니다. 연령대는 30~34세 구간이 9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기재부의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세종시와 강원 동해시, 전남 진주시, 전남 장흥군 등 다른 기관에서 진행한 선행 사례를 분석해 커플 매칭률까지 따지는 등 ‘디테일’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다음달에는 서울에 있는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직원들과의 일대일 소개팅 만남을 주선하는 등 ‘후속대책’도 준비했습니다.

단체미팅에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입니다. 김 부총리는 일정상 미팅 행사에 직접 참석해 격려는 못했지만, 대신 참가자들에게 장미꽃과 사탕 선물을 하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 표현했답니다.(끝) /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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