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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최저임금 성토장' 된 경제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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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대개 경제학자들이 대거 모이는 행사는 ‘지루하다’ ‘뻔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어려운 논문을 발표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이론만 강조하기 일쑤니깐요.

하지만 이달 1~2일 춘천 강원대에서 열린 ‘201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달랐습니다. 내로라하는 경제학계 원로와 신진 경제학들이 앞다퉈 현실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실 그간 경제학계가 현실 문제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정부 눈치보랴, 혹시 모를 ‘한 자리 욕심’에 제대로 된 의견과 대안 제시가 부족하단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이런 시각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학술대회에서 경제학자들은 작심한 듯 ‘쓴 소리’를 쏟아냈습니다. 특히 과거 노무현 정부 참여 인사들까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장기 성장에 대한 고민이 빠진 일자리 정책, 생산성 향상 대안이 없이 제시된 분배 정책, 규제 위주의 반(反)시장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많았습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언급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자본 생산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경제 적폐’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경제학계 원로인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분배에만 치중하는 것은 중장기 성장에는 치명적”이라고 우려했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고 통상과 외교안보 등 대외 분야에서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그런 우려는 한층 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마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3조원의 재정 지원(일자리 안정자금)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직설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답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놓고 경제학자들이 성향에 관계 없이 한 목소리로 비판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경제학계가 현실 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들이 경제정책의 큰 틀을 짜고 실행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선순환이 이어진다면 연구와 학문은 등한시한 채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는 ‘폴리페서(polifessor)’가 아닌 제대로 할 말 하는 ‘진정한 경제학자’들이 설 자리도 넓어질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