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 잇따라 실패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내년 2월 인도 예정인 2500억원 규모의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절충교역을 이행하지 못해 ‘적자 수주’ 우려가 커졌다. 대우조선은 2013년 노르웨이 해군으로부터 수주를 따낼 때 절충교역을 이행하겠다는 조건을 수용했다.
하지만 방사청 등이 협조하지 않으면서 절충교역이 무산돼 수백억원의 ‘페널티’를 물게 됐다. 노르웨이는 절충교역 차원에서 처음엔 자국 방산기업인 콩스버그의 유도미사일을 구매해줄 것을 요구했다. 방사청은 이를 거절했고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사전에 방사청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계약한 것도 잘못이지만 방산 수출국의 절충교역 요구에 정부부처 어느 한 곳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사태는 한화지상방산으로 불똥이 튀었다. 노르웨이에 국산 자주포 K9을 수출하려던 한화지상방산은 “이제 한국 방산업체를 믿을 수 없다”는 노르웨이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당초 수출이 확정적이었지만 노르웨이 의회가 대우조선 사례를 들어 K9 수입을 반대하면서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KAI는 올초 아르헨티나 공군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5000억원 규모의 국산 고등훈련기(T-50) 12대 수주를 앞두고 있었지만 계약이 1년째 미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한국 정부에 보증 및 금융 지원 등을 요구했지만 이에 적극 대응하는 국내 부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KAI는 2012년 터키와 2014년 페루에 기본훈련기(KT-1)를 수출할 때도 상대국이 요구하는 절충교역에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해 자체 자금으로 이를 해결해야 했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방사청은 절충교역 조건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무리하게 수주한 국내 업체들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수출 계약의 최종 책임자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며 “절충교역 조건이 까다로운 수출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방산 수출에서 활성화된 절충교역을 한국만 포기하면 방산업체가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무기의 주요 수요국은 주로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 신흥국이고 이들은 모두 절충교역을 요구한다”며 “한국은 부처 간 높은 칸막이에 막혀 이런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충교역 통계가 유일하게 공개된 2014년엔 총수출 626조3000억원 가운데 절충교역이 적용된 비중이 0.03%(2100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방산업계의 해외 수주는 2014년 36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방산업계는 무기 수출 상대국의 절충교역, 보증, 금융 등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국내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특혜 시비를 우려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방산비리로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등에 시달려온 방사청은 절충교역에서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방산업체의 절충교역 요구를 전담할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방산지원센터)를 2009년 설립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할하는 KOTRA 산하 기구다. 하지만 방사청, 산업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을 지휘할 실질적인 권한과 정보가 없어 해외 방산 전시회 지원 정도만 하고 있다. 방산지원센터 관계자는 “인적 자원과 정보접근 권한이 없어 현재로선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 절충교역
무기를 판매하는 국가가 수입하는 국가에 기술이전 및 부품 발주 등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무기 수입으로 인한 자국 방위산업의 잠재적 손해 보상 성격으로 도입됐다. 대부분의 국제 무기거래에서 통용되며 130여 개국에서 제도화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