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건강

김성윤 인지중재치료학회장 "뇌 건강 위해서는 '치매 피하겠다'는 부정적 목표 대신 '세계여행하겠다' 같은 긍정적 목표 세워라"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사람들이 건강목표를 세울 때 '치매를 피하겠다' '암에 걸리지 않겠다' 같은 부정적 목표를 세웁니다. 이를 바꿔야 합니다. '70세에 6개월 간 세계여행을 하겠다' '은퇴 후 카페를 차리겠다' 같은 긍정 목표를 세워야 해야할 것이 더 명확해집니다."

지난 17일 창립한 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김성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7·사진)는 "많은 이들이 목표 중심보다는 회피 중심의 건강 계획을 세우는 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인지기능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야 한다"며 "목표가 있어야 이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히 인지기능도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는 경도 인지장애, 초기 치매 등을 약물 외에 다른 방식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단체다. 박건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가 이사장을, 김 교수가 회장을 각각 맡았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김 교수는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된 국내 노인정신질환 전문가다.

지난 7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인지중재치료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면서 국내서도 정식 의료로 인정 받았다. 인지중재치료는 다양한 재활치료로 주의력, 기억력, 공간감각, 계산감각, 언어능력, 집중력 등을 높이는 치료법이다.

환자에게 여러 숫자를 보여주고 '3'이 나오면 스위치를 누르도록 학습한다. 이를 응용해 지금 보는 숫자 앞에 나온 숫자를 기억하는 훈련도 한다. 관련 있는 단어를 묶어 단어의 연관성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김 교수는 "인지중재치료 효과가 약물치료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며 "뇌 훈련을 통해 치매나 인지장애가 오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신문도 중요한 학습도구다. 신문 기사를 하나 골라 '는'이라는 글자가 몇개 나오는지 세어 보거나, 잠들기 전 자신이 읽은 오늘 신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 다섯개를 떠올리는 것 등을 통해 뇌 훈련을 할 수 있다. 오늘 본 신문 기사를 기억하는 데 익숙해졌다면 전날 신문에서 본 기사 다섯개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높이면 된다.

매일 저녁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일기쓰기도 도움된다.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한 일기쓰기, 이틀 전 일기쓰기를 하면 매일 발생하는 상황에 더욱 집중해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된다.

김 교수는 의료가 점차 환자 맞춤형으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약품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A라는 폐렴 치료제가 있었는데 신약이 개발했다고 가정해봅시다. A로는 60명이 치료되고 B로는 80명이 치료된다면 승인을 받습니다. 이 때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A로 치료되는 60명이 B로 치료되는 80명 안에 들어있느냐라는 것입이다. 이를 거꾸로 분석해 부작용이 생기는 유전자, 치료가 되지 않은 유전자를 발굴하면 이전에 개발된 약물도 새 치료제로 되살릴 수 있습니다."

인지중재치료도 맞춤치료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돌발성 난청환자가 돼 재활치료를 받으며 이를 절실히 느꼈다.

그는 2015년 말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는데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걸음을 걷고 양치질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을 찾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2주간 약물치료도 받았지만 오른쪽 청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소리신호가 오면 전극으로 뇌를 자극하는 기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6개월 간 휴직을 하고 청각 재활훈련을 해 이전 청력의 99% 수준까지 회복했다.

김 교수는 "재활훈련을 하며 사람마다 잘 듣는 음절과 못 듣는 음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해마가 망가지는 인지장애도 환자마다 손상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회를 통해 비약물 인지중재치료방법을 표준화하고 개인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며 "집 가까이에 있는 사설 데이케어센터에서 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간편한 보급형 프로그램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정신의학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하면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한 두뇌개발 프로그램업체는 게임과 접목한 온라인 인지재활치료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프로그램에 접속한 사용자의 평가점수 변화 등을 빅데이터로 수집해 관련 연구자 등에게 판매하는 부수입도 얻고 있다.

김 교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폰의 자이로스코프 등을 통해 노인의 보행 분석을 하면 다리 근력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낙상위험이 증가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수면시간, 활동량 등을 분석해 질환 전 단계에서 위험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