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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리스크에도 국내 외화예금이 줄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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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금융부 기자)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장기 박스권을 뚫고 상승하면서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여름 북핵 리스크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돼 다시 하락했는데요.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기 마련입니다. 위험자산에 속하는 주식은 팔고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달러나 금은 사재기를 합니다.

지난달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미국 달러와 엔화 환율은 상승흐름을 보였습니다. 이 때 국내 거주자외화예금은 20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시장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외화예금은 늘어야 하는데 왜 줄어든 것일까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8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거주자 외화예금은 671억4000만 달러로 7월보다 19억7000만 달러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중 달러화 예금은 7억 달러가 줄었고, 엔화 예금은 7억2000만 달러가 줄었다고 하는데요.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은행에 예치해 둔 국내 외화예금을 말합니다. 이 가운데 달러화 예금에서 개인예금 감소분(4억5000만 달러)이 기업예금 감소폭(2억5000만 달러)보다 두드러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도발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해 개인들이 일부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달러화 강세를 점쳤던 개인들이 꾸준히 저점에서 달러를 사들였다가 환율이 오르면서 앞다퉈 매도를 했다는거죠. 지난 7월말 원달러 환율은 1110원대에서 지난 8월 한때 114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집계한 외화예금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감소이유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미국 달러화 예금잔액은 2013년 359억원 달러에서 2014년 360억 달러, 2015년 472억5000만 달러, 지난해말 496억6000만 달러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이는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 강세를 염두에 두고 개인자금이 달러화 예금에 꾸준히 몰려든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들어 원·달러 환율은 지난 연말(1달러당 1212.5원) 고점을 찍고 지난 3월 1110원 밑으로 내려 앉은 이후에는 줄곧 1120원에서 114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달러화 예금은 올 7월말까지 590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는데 지난 8월 583억3000만 달러로 감소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북핵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일부 자산가들이 달러 현물을 직접 보유하려고 한 점이 달러화 예금 잔액이 줄어든 주요인이라고 지목합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외화예금이 아닌 달러 현물을 찾을 정도로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지난 8월 북핵 위기감은 절정이었다”고 귀띔합니다. (끝) / saramin@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