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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사진란 없애기 해보니 불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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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사진란 없앴더니 평가하기 더 힘들어졌어요.”

정부가 지난 7월 5일 발표한 ‘공공기관 및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의 1번 항목은 입사지원서 사진 부착 제한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에도 적극 권유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약 2년 전, 민간기업에도 이미 한 차례 ‘증명사진 삭제’ 열풍이 불었다. 당시 기업들은 “과도한 포토샵으로 변별력이 사라지고 촬영에 드는 비용도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 등 4대그룹을 포함해 포스코, CJ 등도 사진란을 없앴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외모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소문이 있는 승무원 업계도 움직임을 같이 했다.

그러나 사진란 폐지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기업들은 “도리어 평가하기 더 불편해졌다”고 이야기하고 취업준비생 역시 “모든 기업이 도입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사진은 찍어야 한다”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4대그룹‧항공사 등 사진란 폐지 움직임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3년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사진란을 없앴다. 포스코그룹도 같은 해 하반기 채용부터 이력서에서 더 이상 사진을 받지 않기로 했다. 삼성그룹도 열린채용을 통해 사진 없는 채용을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그 다음해도 계속됐다. LG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2014년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사진 첨부란을 삭제했다. 그 다음해에는 SK그룹이 합류했다. 이 회사는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수상경력, 어학연수 등 스펙을 포함해 사진란을 없앴다. 효성그룹도 실무형 인재 선발을 위해 서류전형에서 불필요한 가족사항, 사진란을 삭제하고 어학, 학점 제한을 없앴다. 롯데그룹도 하반기, 사진란을 없앴다.

지난해 상반기를 앞두고는 CJ와 이랜드가 동참했다. CJ는 어학성적 기준과 함께 이번 상반기부터 사진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랜드도 토익, 학점, 자격증과 함께 사진란을 폐지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은 하반기 객실승무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사진을 입력하지 않아도 되게끔 했다. “면접용 사진촬영에 과도한 비용이 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진 폐지 효과 거의 없어”… 게다가 공공기관은 필기위주

그러나 이중 일부 기업에서는 “오히려 불편해졌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몇 년 전 사진란을 폐지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예전에는 사진을 보면 지원자의 특징이 바로 떠올라 평가하기 쉬웠는데 사진을 없애고 나니 누가 누군지 헷갈린다”며 “원래도 사진은 평가기준이 아니어서 비용절감을 위해 안 보기로 했는데 막상 없으니 불편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인사담당자는 “어차피 취업준비생들이 포토샵으로 실물과 완전 다른 사진을 제출하기 때문에 증명사진은 평가 기준에서 벗어난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역시 ‘비용절감’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기업 취업준비생 A씨(서울소재대학 국제통상학 졸업)는 “안그래도 사진 촬영비용이 몇 만원을 훌쩍 넘기기 때문에 처음에는 기대를 많이 했다”며 “하지만 모든 기업이 사진을 안 보는 게 아니라 어차피 찍어야 되더라”고 말했다.

승무원을 준비하는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아시아나항공이 사진을 안 본다고 해도 대한항공이나 다른 국내 저가, 외항사들이 여전히 사진란을 유지하고 있으니 안 찍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홍대의 한 사진관 대표는 “한창 기업들이 사진을 안 본다고 했지만 손님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학생들이 몇 십군데씩 지원한다는데 그중에 한 곳이라도 사진이 필요하면 어차피 찍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공기관 채용은 거의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비용절감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필기전형 배점을 가장 크게 두고 있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으로 특혜를 보는 지원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는 사무분야의 경우 서류전형에서 최종합격자의 100배수를, 한국에너지공단은 40배수를 선발한다.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 등 지원자 전원에게 필기시험 응시기회를 주는 곳도 있다. (끝) /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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