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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에 생리대까지..'설상가상'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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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살충제 계란’에 이어 생리대 안전성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생리통, 생리불순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식약처가 제대로 품질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식약처는 문제가 커지자 생리대를 수거해 검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식약처는 1년에 네번, 분기별로 무작위로 생리대를 선별,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보호원이나 인터넷에 불만이 제기된 제품을 모니터링한 다음 집중적으로 검사하는데, 문제가 된 릴리안 제품 중 릴리안슈퍼롱오버나이트와 릴리안순수한면팬티라이너 3종이 지난 4월 이미 검사대상에 포함돼 적합판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검사항목에 유해하다고 알려진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없다는 겁니다. 식약처가 검사하는 내용은 형광증백제, 산·알카리, 색소, 포름알데히드, 흡수량, 삼출 등 9개 항목입니다.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에서 검출됐다고 밝힌 스타이렌, 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 자일렌, 헵탄 등은 검사 대상에 없습니다. 스타이렌, 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은 발암물질이고 자일렌, 헵탄은 피부 유해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특히 스타이렌은 생리 이상과 가임력 감소를 일으키고 벤젠은 배란 전후에 분비되는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생리 주기를 단축시킨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식약처는 국제적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관리기준이 없고 참고할 만한 해외 검사 사례나 분석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서 현재로선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검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식약처는 작년 10월부터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비롯한 유해물질의 검출량을 분석하고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평가를 완료하는데는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히 생리대에서 성분을 추출해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성분을 가지고 동물 실험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특정 성분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판단하려면 대조군을 설정하고 노출양을 늘려가면서 반응을 지켜봐야하는데요. 현재로서는 생리대 원료와 제조과정에서 잔류할 수 있는 성분에 대한 분석법을 만드는 단계라고 합니다. 분석법이 완성돼야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 중 해당성분 함유량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식약처는 내년 11월 평가가 완료될 계획이었지만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시판되는 생리대 전부를 조사하려면 앞으로도 1년은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독 물질이 검출된 실험 결과가 나온 이상 하루 빨리 분석법이 만들어져서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켜주길 바랍니다. ac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