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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사장 이름이 도요'다'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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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박상익 국제부 기자) 외국 소식을 다루는 국제부 기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외국어 표기입니다. 현지어 발음으로 나는 거센소리나 된소리는 어떻게 표기하는지, 특정 인물의 표기법을 국립국어원이 어떻게 정했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파는 ‘카페’는 까페, 버스는 ‘뻐스’로 발음할 때가 많지만 표기를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캐나다 총리인 쥐스탱 트뤼도를 저스틴 트루도로 쓸 때도 있지만 한경에선 앞의 표기를 사용합니다.

세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도요타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영문 표기는 TOYOTA, 일본 가타가나 표기도 ‘トヨタ’로 발음은 토요타지만 한국어 표기는 도요타가 됩니다. 우리의 일본어 표기법에선 말 첫머리에 거센소리인 ‘ㅋ, ㅌ, ㅊ’를 쓰지 않기 때문에 ‘토’ 대신 ‘도’를 쓰는 겁니다. 큐슈와 치바도 각각 규슈와 지바로 표기합니다.

그런데 도요타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도요다 아키오(豊田 章男·とよだ あきお) 사장입니다. 왜 성이 도요타가 아니라 도요다일까요? 일본 나고야시에 있는 도요타산업기술박물관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도요타 창시자 도요다 사키치는 1911년 나고야에 도요다자동직포 공장을 세웁니다. 도요타는 1933년 자동차생산사업부를 두고 자동차 사업에 뛰어듭니다. 1936년 일본 최초의 국산 자동차 ‘도요다 AA’가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을 펼치는데요. 그해 10월 사명 표기를 TOYODA에서 TOYOTA로 바꿉니다. 그러니까 사람 이름은 원래 도요다가 맞고 사명을 도요다에서 도요타로 바꾼 것이 됩니다.

박물관에는 이 사정을 설명한 자료가 있습니다. ‘다’보다 ‘타’가 발음하기 좋다, 개인의 이름과 사명을 구분하는 게 좋다는 이유였습니다. 또한 トヨダ(토요다)로 쓰면 トヨタ(토요타)에 탁점(``)이 들어가 보기 좋지 않고, トヨタ로 써야 획수가 길한 8획으로 맞아떨어진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고 합니다. 전시품 중에는 TOYODA라고 새겨진 옛 회사 엠블럼과 トヨタ로 바뀐 새 엠블럼이 같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국내 법인명으로 쓸 때는 한국토요타자동차가 맞습니다. 기업 법인명은 가급적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글을 쓰다 보니 참 헷갈리네요. 일본 기업을 얘기할 땐 도요타, 사장 이름은 도요다, 한국 법인은 한국토요타로 사용한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끝) /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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