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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중국 위뱅크를 통해 전망하는 한국 인터넷은행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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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금융부 기자) K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 은행들은 긴장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존 은행 임직원들 중에선 소매금융시장이 머지않아 인터넷전문은행에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는 사람도 있고, 인터넷전문은행이 틈새시장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인터넷은행을 시작한 중국의 사례를 보면 국내 인터넷 은행의 미래도 어느정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컨퍼런스 ‘렌딧 차이나’ 현장에서 게리 팡 위뱅크 소매금융본부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위챗 메신저’로 유명한 정보기술(IT)기업 텐센트가 설립한 중국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위뱅크는 신용대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15년 설립 후 불과 2년여 만인 지난 5월까지 59조5152억원의 누적 대출실적을 기록하고, 출범 이듬해인 작년말 흑자로 돌아서는 등 기세가 무섭습니다.

비결은 IT기술을 이용해 금융 서비스 이용 계층을 늘리면서도 리스크관리를 잘 했다는 점입니다. 팡 본부장은 “금융상품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융의 본질인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언뜻 보면 단순한 말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첫째는 많은 사람들이 은행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든 편의성입니다. 국내에선 인터넷 은행 출범 전에는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각종 모바일 뱅크와 차별점이 있을지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 조그만 차이가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권에서도 리스크관리에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기존 은행 대출을 비대면인 인터넷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만 되면 순식간에 시중은행 고객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난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습니다. 주택 관련 대출은 국내 주요 대형은행 대출자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리스크 관리입니다. 기존 중국 금융회사들은 각자 신용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화이트 리스트’ 고객 외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았는데, 위뱅크는 과감하게 고객을 늘렸습니다. 방 본부장은 “위뱅크는 위챗과 QQ메신저 등의 사용 기록을 이용해 새로운 화이트 리스트 고객을 1억명 가까이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컨데 다수의 친구에게 차단당한 이용자, 전화번호가 자주 바뀌거나 아이디를 변경한 이력이 많은 사람은 신용도를 낮게 평가하는 식입니다. 2년 가까이 즉시 대출 시스템을 운영했음에도 리스크 관리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방 본부장은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을 실행했지만 부실률이 작년 말까지 0.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규제가 완화돼 카카오톡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만 기존 은행들과 카카오뱅크의 리스크관리 기술 격차는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한편 전통은행이 인터넷 은행을 과소평가하는 근거 중 하나는 기업대출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위뱅크는 중국 내에서 중소기업 상대 대출 사업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팡 본부장은 “일부 지역에서 기업대출 시험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합작 파트너를 선정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국내 인터넷 은행 인허가에 ‘전자적인 방법으로 금융업을 해야한다’는 조건을 붙여 규제 울타리를 쳤기 때문에 기업대출은 넘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통은행의 기업대출 담당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나 심사 노하우는 인터넷 은행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일부 P2P(개인간)대출 업체들이 카드매출기록, 스마트폰을 이용한 매장 고객의 동선 분석 등을 통해 소상공인 대출을 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어 시중은행들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끝)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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