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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반려동물 관련 취업 분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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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Q. 취업 준비생 A(22)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 애견 용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장래 희망은 애견유치원 교사입니다.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Q. 주부 B(45)입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직접 간식을 만들어 먹이고 있습니다. 이웃들의 반응도 아주 좋습니다. 사업으로 확대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떠올랐다. 반려동물 산업의 확대로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면서 2030 취업 준비생,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에서 고령층까지 반려동물 직업군을 희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반려동물 산업 확대에 이견을 두지 않는다. 다만 관련 산업에 대한 창업 및 취업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펫코노미(반려동물과 경제를 조합한 신조어, Pet+Economy) 르네상스 시대. 취업문을 두드려 봤다.

◆2020년 6조원대, 일자리 속출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조8100억원이다. 같은 시기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2조7000억원이란 점과 비교하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1인 가구와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반려동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동물보호 국민 의식 조사를 통해 2015년 기준 반려동물을 사육하고 있는 가구 수가 약 457만 가구(21.8%)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2년보다 3.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5가구 중 1가구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인구수로는 약 1000만 명이다.

산업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시장이 지금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20년에 6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의 성장은 고용 창출로 연결된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반려동물의 생산→유통→반려→사후처리 과정까지 한 생명체의 생애주기 전체를 감당한다.

업계에서는 △동물생산·판매업 △동물 사료 및 동물 용품 생산 및 유통업 △서비스업 등으로 관련 산업을 구분한다. 번식과 분양을 비롯해 수의·약품, 미용·휴게, 보험, 장례 등 다양한 산업이 반려동물 시장과 연계돼 있다.

이 중에서도 관련 용품과 식품 분야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2년 기준으로 두 개 시장의 규모가 각각 34.8%, 28.0%로 절반 이상(62.8%)이다.

두 개 분야 모두 산업의 성장과 함께 종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펫 용품 시장의 종사자는 2012년 5301명에서 2014년 6974명으로 증가했고 펫 사료 시장은 1만290명에서 1만662명으로 소폭 늘었다.

앞으로 이 증가세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확대되는 한편 또 다른 한쪽에서는 1인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펫 사료 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펫 푸드 매니저(반려동물 사료 간식 제조 매니저)는 친환경·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수제 간식 또는 사료(주식)를 만들어 판매한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에서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하는 이가 많고 입소문을 타면 단기간 내 기업형 매장으로 대형화되기도 한다. 경력 단절 주부의 재취업 프로그램이나 고교생 특성화 교육 등 다양한 세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세분화·전문화·다양화·고급화

진짜 블루오션은 서비스업 시장이다. 동물병원 등 수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미용·카페·호텔·유치원·보험·장례 등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최근 이 시장의 트렌드는 ‘다양화와 고급화’다. 예컨대 반려동물 미용은 기존에는 위생과 청결 관리가 주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심미적인 요소와 함께 반려동물의 심리 치료(힐링)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 중 반려동물의 피로 해소를 돕는 반려동물 아로마 테라피스트는 최근 뜨고 있는 직업군 중 하나다. 향기를 이용해 치료 및 치유를 하는 전문가로 이들은 아로마 테라피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피부 질환은 물론 반려동물의 공격 및 분리 불안 등 문제 행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에 관련 협회가 있고 전문 강사 자격증도 발급하고 있다.

반려동물 신체를 연구해 전문 마사지를 진행하는 요가·마사지사도 있다. 정태균 한국애견연맹 부장은 “전문 인력 수요가 늘면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갖춘 멀티형 전문가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반려동물 소유주가 부재중일 때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위탁 서비스업은 보다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없는 이들이 위탁하면서 생긴 신시장이다. 위탁 시간과 범위 등에 따라 해당 직업도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반려동물의 산책을 전담하는 펫워커(도그워커), ‘워킹 맘(소유주)’을 대신해 노동시간 동안 반려동물을 책임지는 펫시터 또는 펫 유치원 교사, 장기간 부재 시 반려동물의 식사와 숙박까지 책임지는 호텔 매니저 등이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유치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펫시터에 대한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 펫시터는 점포를 구하거나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아 대개 1인 기업의 형식으로 운영되지만 요즘에는 펫시터 육성 교육기관과 연계해 프랜차이즈 형식으로도 운영된다. 행동 교정, 위생 관리 등 반려동물과 관련한 기초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예상되는 분야로 반려동물의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장례지도사를 꼽는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면서 추모 의식을 진행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지정된 종량제 봉투에 담아 소각하거나 또는 허가된 동물 전용 소각로에서 소각하도록 돼 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동물 전용 소각로를 설비한 동물 장례 업체에서 반려동물의 염습과 입관 등 장례 과정을 진행하고 더 나아가 반려동물을 잃고 극심한 우울증(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소유주를 돕는다.

현재 동물보호법의 동물장묘업 설치 기준에 따라 동물 보호 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동물 장례 및 화장 업체는 전국 21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보다 세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운송 서비스도 떠오르는 샛별이다. 현행법상 대중교통은 반려동물과 동반 탑승 시 전용 이동장을 사용하거나 광견병 예방접종 등 증명서를 보유해야 하는 등의 별도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도 동반 탑승을 꺼리는 곳이 허다하다.

전용 택시 및 운송 매니저는 반려동물을 주인 집 앞에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동반 또는 단독 이동시켜 주는 것은 물론 소유주가 바쁘면 그를 대신해 반려동물의 병원 진료, 미용 관리 등의 요청 사항을 대리해 주기도 한다.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까지 겸하는 셈이다.

정부 역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법제도의 기반을 마련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7년 3만2000여 개, 2020년 4만10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견 카페 단속 대상 등 법제도 미흡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법적·제도적 관리와 지원 체계가 미흡해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상에 대한 구체적 정의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08년 말부터 동물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홍보 부족과 대중의 인식 부재 속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국내 통계치는 추정치일 뿐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통계 불충분으로 선진국에서 이미 활성화된 보험 산업이나 수의 서비스 등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반려동물 관련 영업의 대부분이 법적 근거나 기준이 없어 산업 육성에 애로를 겪고 있다. 예컨대 애견 카페는 일반 음식점이나 휴게 음식점으로 신고해 영업 중이다. 하지만 동물이 출입하는 시설에서 먹거리를 파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가 있어 단속 대상이다.

동물간호사 역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법제도의 미비로 의료기기 세척과 청소, 진료 시 동물을 잡고 있는 행위 등 비 진료 분야에만 종사 중인 실정이다.

정호원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이사는 “애견 카페는 먹거리 제조 공간과 반려동물 출입 공간을 구분해 설치해도 관련법을 확대 적용해 당국에서 이를 문제 삼는다”며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따라 시장에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민간 자격증도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반려동물 관련 민간 자격증만 111개다. 이 자격증은 민간단체가 마련한 자체 기준에 따른 자격 심사를 거쳐 발급된다. 이 중 일부는 자격증 발급 기관의 업력이 짧거나 자격증 취득 과정의 관리가 허술한 곳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민간 자격증이 너무 많아 일부 조절이 필요하다”며 “비싼 돈을 주고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격증 발급 기관의 업력과 배출 현황, 지방자치단체와의 일자리 연계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불법 영업도 주의해야 한다. 행동교정지도사부터 펫 푸드 매니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와 펫시터 등 곳곳에서 불법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피해를 봤을 때 보상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정호원 이사는 “최근 신성장 산업으로 분류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반려동물 일자리는 생명을 다루는 업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을 지불하는 반려동물 소유자들은 사업자(관리자)가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여부를 간파할 수 있다”며 “단순히 ‘돈’이 될 것이란 마음으로 뛰어든다면 절대 성공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 / poof34@hankyung.com 출처는 한경비즈니스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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