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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언론사의 AI 활용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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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활용이 전 산업 분야에서 부상하고 있는데요. 신문, 방송 같은 전통적인 매체에서도 앞다퉈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INMA(국제뉴스미디어협회)는 세계 주요 언론사의 AI 적용 사례를 점검하고 그 가능성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언론사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채팅 봇, 타깃 광고(프로그래머틱 광고),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활용, 로봇에 의한 기사작성(로봇저널리즘) 등이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흐름은 기상 및 재난정보처럼 속보 대응이나 단순한 수치와 통계만 있으면 되는 경기 결과 보도 분야입니다.

메신저 이용자가 늘면서 채팅 봇도 인기입니다. 메신저 즉, 채팅 앱에 AI를 적용해 독자가 질문을 하거나 원하는 것을 올리면 이를 자동으로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성을 띠는 매체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페이스북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최신 뉴스를 보여준다거나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추천뉴스를 제시합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미국 대선에선 '필즈 봇' 채팅 앱에서 이모티콘으로 전달받은 독자의 기분을 정리해 표로 전달한 바 있습니다.

즉, 인기 있는 기사 리스트나 독자들의 호응도를 분류해 콘텐츠 생산과 대응에 효율성을 추구하는 겁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는 헬리오그래프(자동 기사 작성 봇. 로봇저널리즘을 활용한 기사 작성 AI)나 마티 봇(기자들에게 마감 기간을 알려주는 자동화된 봇), 독자 분석 봇(각 기사의 인기도를 알려주는 봇), 구독-시작 봇(subscription-starts bots 구독과 독자 서비스 팀에게 독자들을 잘 살펴보도록 알림을 주는 것) 등을 운영합니다.

또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에서 뉴스를 구독할 수 있는 '플래시 브래핑' 서비스도 하고 있는데요. 이 서비스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매달 20~30% 정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렉사'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비교적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실제 기사작성과 서비스 그리고 더 나아가 내부 조직의 전략수립 등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예측성 분석 및 학습(predictive analytics/learning) 분야가 주목받습니다. 이용자의 뉴스 소비 행태를 분석해 유료화나 타깃 광고 집행에 얼마나 효용적일지를 점검하는 겁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맞춤 서비스입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만족하는, 클릭한 뉴스를 추려 특정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중국의 1위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Toutia)도 위챗이나 웨이보 같은 SNS 이용내역을 근거로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용자의 거주지역·연령·성별·직업 등도 감안합니다. 자체 뉴스를 생산하지 않는 데도 AI 기술을 잘 활용한 덕분에 시장 영향력이 높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기호와 취향에 맞춰 꼭 읽을 만한 것을 위주로 제공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바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한다."는 비판입니다. 이용자 맞춤 정보만 제공하는 '필터버블(Filter Bubble)로 콘텐츠의 편식 소비가 심화한다는 건데요. 뉴스의 경우 왜곡된 정보에만 노출돼 '가짜뉴스' 확산의 배경이 된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나 알고리즘의 활용 폭이 커져서 고객관계 관리, 서비스 방향정립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수익성 문제도 여전히 논쟁적입니다. 언론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기술부문인 만큼 개발자나 과학자의 확보가 필요한데요. 비용부담이 큽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서비스의 수준 특히 뉴스 그 자체의 '질'을 끌어올리는 문제도 걸림돌입니다. 아무래도 인간이 취재, 보도하는 것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에 기자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요즘 화제가 되는 이슈는 알고리즘을 짜는 사람의 윤리성, 책임성 문제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뉴스를 임의로 생산하거나 유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 신뢰가 낮은 국가에서는 인공지능을 뉴스생산 및 유통에 확대 적용하는 것과 관련한 논의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INMA 보고서에 의하면 앞으로 언론사에서 AI가 더 많은 용도로 쓰이겠지만 당장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건데요. 시장 경쟁환경이나 자사의 역량 등을 고려해 가장 우선적인 것이 무엇인지 정해 AI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언론은 어떤 접근을 해야 할까요?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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