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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이은 AI 시험대…플랫폼 구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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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인공지능(AI) 비서’의 춘추전국시대다. 애플의 ‘시리(SIRI)’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던 AI 비서 분야가 최근 AI 기술 상용화의 첨병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애플·아마존·구글 등 I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AI 비서 개발은 물론 서비스의 플랫폼을 통한 보급 확대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네이버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장을 차지할 자, 누구인가.

◆애플·아마존·구글 ‘글로벌 전쟁’

“2020년에는 ‘포스트 애플리케이션 시대(Post-App Era)’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미국 IT 리서치 전문 업체인 가트너는 2020년 휴대전화 사용자의 40% 이상이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접 조작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연계된 ‘AI 음성 비서’서비스만을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의 부가 서비스 정도로 여겨졌던 음성인식 서비스가 최근 미래 유망 기술로 AI가 떠오르며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비서는 AI 탑재 디바이스를 상용화할 수 있는 선봉장으로 글로벌 IT업계의 최대 먹거리로 떠올랐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BBC리서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AI 비서 서비스 시장은 2016년보다 900% 이상 폭증한 80억 달러(약 9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비서는 AI 기술과 첨단 기술의 결합으로 사용자의 언어를 이해해 사용자가 원하는 지시 사항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앱을 말한다. 사용자의 습관 혹은 행동 패턴을 학습해 개인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비서’로 불린다.

AI 비서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각종 IT 기기와 TV·냉장고 등 생활 가전, 가정용 로봇, 자동차 등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애플이다. 애플은 2011년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아이폰 4S’에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를 탑재했다. 당시에는 스케줄 관리, 알람 설정 등의 수동적인 비서 업무만 담당했지만 최근 사용자 습관을 학습해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정보 검색이나 문자 메시지 작성, 전화 통화 등은 물론 음성 명령만으로 ‘우버(택시 호출 서비스 앱)’와 연계해 택시를 호출하는 수준에까지 올라섰다.

시리가 선구자라면 서비스의 보급화는 아마존이 열었다. 이 회사는 2014년 스마트폰이 아닌 음성인식 무선 스피커 ‘에코(Echo)’에 AI 비서 서비스인 ‘알렉사(Alexa)’를 탑재했다. 이후 자사 플랫폼 개방 전략으로 ‘알렉사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했다.

2016년 6월 1000개에 불과하던 알렉사 기반 대화형 앱은 올해 1월 7000개를 넘어섰다. 이는 7000개 이상의 제품이 알렉사를 이용해 음성 명령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을 이긴 AI, ‘알파고’로 현재까지 이 분야의 맹주를 천명한 구글은 더욱 강력하다. 2016년 자사 스마트폰과 AI 스피커에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탑재하며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구글은 ‘구글 생태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타사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5월 현재 전 세계 1억 개 기기에서 사용 중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모바일 퍼스트(mobile-first) 세계에서 AI 퍼스트(AI-first) 세계로의 전환”이라며 “우리는 컴퓨팅의 새로운 전환을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안에 한국 시장 선점에도 나설 계획이다. 구글은 5월 중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에서 연내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네이버 등 세계시장 겨냥

구글의 도전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SK텔레콤·KT 등 국내 통신사를 주축으로 한 AI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가 화두였지만 올 들어선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와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세계를 겨냥한 네이버 등이 AI 음성 비서 시장에 뛰어들며 글로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약진으로 세계 시장점유율(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이 감소하자 AI 음성 비서를 승부처로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시리 개발자들이 설립한 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하며 기술 확보에 힘쓴 삼성전자는 올 3월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8’에 자체 개발한 AI 음성 비서 ‘빅스비(Bixby)’를 최초 탑재했다.

갤럭시 S8의 주요 기능과 앱 등을 음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직 한국어 버전만 사용할 수 있고 순차적으로 다른 언어의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외에 냉장고 등 모든 가전제품에 빅스비를 적용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5월 자사와 라인이 공동 개발한 AI 플랫폼 ‘클로바(Clova)’ 기술을 적용한 AI 비서 앱 ‘네이버-클로바’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지식 정보 검색, 음악 추천, 통·번역, 영어회화, 감성 대화 등이 가능하다. 특히 검색엔진 네이버의 방대한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지식 정보 검색에 강점을 보인다.

국내 이용자 사이에선 한국어를 서비스하는 AI 음성 비서 중 인식률이 가장 높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회식 장소 추천해줘”, “중국어로 ‘얼마예요’가 뭐야” 등의 다양한 질의응답이 가능하다.

카카오도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무기로 연내 AI 음성 비서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AI 음성 비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플랫폼화를 통한 생태계 확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성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 내에 머물렀던 AI 기반 음성 비서는 이제 주요 디바이스에 탑재되며 플랫폼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국내 AI 음성 비서 개발 기업들도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통해 산업은 물론 타 산업과의 협력 체계 구축을 강화해 확장성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특히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AI 음성 비서 시장 역시 플랫폼화를 통한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끝) / poof34@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1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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