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지면기사

20년 만에 서울에 LP공장…돌고 돌아 다시 'LP 전성시대' 오나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마장뮤직, LP판 만드는 바이닐팩토리 가동
국내 음반쇼핑몰에선 턴테이블 등 판매량 '쑥'

향수에 젖은 중장년층, 한정판 소장하고 싶은 10대가 'LP 열풍' 주도
서울레코드페어, 바이닐페스티벌 등 관련 축제도 늘어

.
이른바 7080세대(1970~1980년대 청년기를 보낸 세대)에 ‘LP(long playing)’는 젊은 날 추억 그 자체다. 해외 유명 가수의 LP판 한 장을 사려고 서울 명동과 신촌까지 버스를 타고 가 줄을 서야 했던 때다.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카트리지(바늘)를 얹을 때는 설레고 떨렸다. 그들은 LP 특유의 깊고 풍성한 소리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즐겼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CD와 MP3가 등장하면서 LP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1990년대 대표 LP 생산업체 성음과 오아시스레코드에 이어 서라벌레코드까지 문을 닫으며 국내 LP 생산의 맥은 끊겼다.

그랬던 추억 속 LP가 ‘제2의 전성시대’를 향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음반과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는 문화기업 마장뮤직앤픽처스(마장뮤직)가 1일 국내 유일의 LP 생산공장 ‘바이닐팩토리’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LP 생산공장 재등장

바이닐팩토리 공장은 2011년 경기 김포시에 세워진 ‘LP팩토리’가 2014년 폐업한 지 3년 만에 등장했다. 서울을 기준으로는 성수동에 있던 성음레코드가 문을 닫은 지 20년 만이다.

마장뮤직이 LP 생산에 뛰어든 것은 LP 시장이 다시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세계 LP 음반 판매량은 3200만 장으로 199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8년 판매량 500만 장과 비교하면 7년 새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LP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국내 음반 판매점들의 실적을 집계하는 ‘한터차트’가 LP 항목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아 시장 전체의 판매량은 알 수 없다. 다만 국내 대표 온라인 음반 쇼핑몰 A사의 LP 판매량이 2010년 3500장에서 지난해 6만 장으로 급증한 점에서 추세는 엿볼 수 있다.

이런데도 국내에는 LP 공장이 없어 음반사나 음악인들은 독일 체코 등 해외에 있는 공장에 제작을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소통과 제품 검수·보완 요청이 쉽지 않았다. 이미 세계 각국의 주문량이 밀려 한국까지 제작·배송하는 데 5~6개월은 족히 걸렸다. 해외 공장들은 납품단가도 올렸다. 마장뮤직은 국내 LP 제작의 이점과 가격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장당 3만~5만원…‘적당한 불편’ 선호

국내 ‘LP 붐’을 이끄는 소비자는 중·장년층과 10~20대로 나뉜다. 하종욱 마장뮤직 대표는 “1970~1980년대 LP 황금기를 겪은 세대는 조용필, 김광석 등 옛 가수들의 명반을 LP로 다시 듣고 싶어 하고 10~20대는 아이유, 빅뱅, 버스커버스커 등 가수들이 한정판으로 내는 LP판을 소장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LP는 장당 가격이 3만~5만원으로 CD 등에 비해 비싸고 턴테이블도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된 시기에 사람들이 LP로 돌아오는 이유는 뭘까.

트렌드 연구기관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은 “사람들은 이제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남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LP 팬들은 이달 잇따라 열릴 축제를 고대하고 있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는 3~4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제1회 바이닐(LP) 페스티벌’을 연다. 오는 17~18일엔 같은 장소에서 ‘제7회 서울레코드페어’가 열린다. 2011년 시작된 서울레코드페어에는 지금까지 3만5000여 명의 음악 팬이 찾았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9.0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