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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어린이날, 터닝메카드·손오공에 골머리 앓는 부모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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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 증권부 기자) 얼마 전에 친구 가족과 한강 나들이를 함께 했습니다. 친구는 유치원생 아들 것이라며 짐을 잔뜩 짊어지고 왔더군요. 친구에게 “뭘 그리 싸들고 왔냐”고 물으니 가방 속에서 변신로봇 장난감 ‘터닝메카드’를 다섯 개나 꺼내보입니다. 많이도 샀다며 타박하는 저에게 “미혼은 모른다”고 외려 핀잔을 주더군요. 터닝메카드 품절 모델을 구하려 지방 소도시까지 원정을 다니는 부모들도 수두룩하다면서요.

증권부 소속인 기자는 당시 장난감 살 돈을 조금만 아껴 터닝메카드 판매업체인 손오공 주식을 사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경제 공부도 하고 생활비 등도 마련하고 ‘일석이조’라는 생각에서입니다. 하지만 최근 손오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제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손오공이 일반 투자자들의 믿음과 달리 단순히 제품의 유통만 책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상표권·생산·기획 관련 수입은 모두 손오공 창업주인 최신규 회장 일가에서 운영하는 초이락컨텐츠팩토리(초이락) 등이 챙기고 있었습니다. 손오공은 초이락에서 터닝메카드 제품을 납품받아 얇은 유통 마진을 올리는 회사인 셈입니다.

손오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뒷걸음친 것에도 이런 배경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손오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4.3% 줄어든 37억원을 나타냈습니다. 초이락은 반대로 사상 최대인 4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죠. 최 회장 일가는 초이락 경영 실적과 별도로 ‘가외 수입’도 올렸다. 장남인 최종일 초이락 대표는 지난해 초이락으로부터 25억원의 완구류 상표권·특허권 관련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부인 이씨는 보유 부동산을 초이락에 팔아 167억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터닝메카드 제품 판매가 늘면서 손오공 주식이 뜰거라는 기사와 분석을 자주 접합니다. 하지만 손오공과 초이락의 사업구조를 뜯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강 나들이를 끝낼 무렵 친구 아들에게 큰 맘 먹고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줬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이 돈으로는 터닝메카드 상반신도 못산다. 이만원은 줘야지”라고 또 핀잔입니다. 어린이날, 부모 노릇하기 힘들지만 힘을 내셨으면 합니다. (끝) / lovepen@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