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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내 '매파' 고개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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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연 1.25%)를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금통위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시각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2일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 빠른 국내 경제 회복세’ ‘가계부채 등 금융 불안정 리스크 해소해야’ 등 일부 금통위원의 발언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A위원은 “국내외 거시경제 지표의 기조적 흐름에 비춰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생각했던 것 보다 빨라질 수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경제 주체의 심리가 호전되는 현상이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B위원은 “수출과 설비투자 개선에 비해 민간소비는 여전히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세계 경기가 구조적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예상보다 좋아질 여지가 있다”며 “물가전망에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그다지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는데, 개인서비스물가의 높은 오름세나 민간소비의 회복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고요.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지난 3~4년과 달리 상방 리스크가 하방 리스크보다 더 커 보인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 보인다”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경제 회복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함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고민도 짙게 묻어났습니다. C위원은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개별 의견을 개진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안정 조짐을 보였던 가계부채가 최근 우려되는 전개를 보이고 있다”며 “주택시장 안정화를 낙관하는 게 아직 예단일 수 있어 금융 안정망 상의 미비점 해소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D위원은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일시적일 수 있어 금융안정을 다져야 할 때”라며 “소득 대비 과도한 가계부채, 주택건설에 치우진 자금 쏠림이 거시경제 불균형이 핵심”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 강화로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축소해 거시 건전성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금통위원들이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해 ‘기대 이상의 낙관론’을 펴긴 했지만, 매크로 지표를 보면 완연한 경기 회복이라고 보기엔 여전히 불안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발(發) 수출 회복이 생산과 투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 소비 회복으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단정하긴 아직 이르기 때문입니다. 경기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가장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바로 금통위원들입니다. 물론 금통위원들의 개인 성향에 차이가 있는 만큼, 경기를 보는 시각차도 존재합니다. 4월 금통위에서도 위원들의 발언이 대체적으로 낙관론에 가깝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미묘한 차이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금통위원 네명이 한꺼번에 교체됐을 때 언론에선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비둘기파’(통화 완화적 성향)가 과거보다 우세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금통위원 한명 한명의 성향을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지만 과거 발언이나 출신 배경 등을 감안할 때 매파적 성향을 가진 위원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금통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금통위가 합의한 방향을 거스를 만큼 개인의 목소리를 강하게 드러내는 분은 없어 보입니다.

결국 키는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있습니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입니다. 이제 딱 1년 남았습니다. 이 총재는 부임 초엔 시장에서 매파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부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이듬해까지 소비심리 위축과 각종 내수 지표 악화가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했고요. 이 총재는 최근엔 사석에서 “임기 중에 금리 인상을 한 번은 해야 한다는 식의 압박감은 없다. 다만 정말 한국 경제가 좋아져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건 반가운 일이 아닌가”라는 속내를 슬며시 내비치기도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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