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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30년지기 친구를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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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영 지식사회부 기자) 부산 사하구에 주소를 둔 A씨(44)와 B씨(44)는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30년 지기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만큼 친분이 각별했지요. 지난 14일에도 둘은 동네 술집에서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치 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점차 험악해졌습니다.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놓고 싸움이 붙었고, 급기야 둘은 밖으로 나와 노상에서 주먹다짐을 시작했습니다. 싸우던 중 A씨가 날린 주먹을 맞고 뒤로 넘어진 B씨는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119 구조대가 출동해 B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B씨는 17일 오후 1시 30분께 숨졌습니다.

정치가 폭력으로 비화되는 사건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 4일 경남 창원에서는 택시 운전사와 승객이 서로 대선 지지후보를 놓고 싸우다 쌍방 폭행으로 경찰에 입건됐지요.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에서도 한 중년 남성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차량 주변에서 난동을 부리고, 이를 말리는 선거운동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몸싸움을 벌여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도 있었지요.

귀중한 목숨을 잃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정치 문제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만 7명에 달했지요. 1월 촛불집회에서 정원스님(서모씨·64)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분신한 뒤 입적했습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조모씨(61)가 아파트 6층에서 태극기를 들고 투신해 숨지는 사건도 나왔지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3월10일 이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4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습니다.

정치 참여는 민주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상대와 다름을 존중하는 시민 의식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도 B씨를 살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예상치 못한 사태에 A씨 유족이 매우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열정도 지나치면 자신과 가족을 불행하게 할 수 있습니다. (끝)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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