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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통계 놓고 한은·금감원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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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가계부채라는 본래 의미에 더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활용도가 높은 통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0일 기자실을 방문해 한 말입니다. 별도 행사나 예정된 일정이 없었는데도 정 국장이 기자실을 찾은 건 한은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산출 기준 차이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가계대출 속보치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5조3000억원이었습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년 동기(9조9000억원)보다 줄어든 6조원에 그쳤지만 제2금융권 증가액은 전년 동기(8조원)보다 늘어난 9조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런 가계대출 통계는 한은이 발표하는 것과는 차이가 큽니다. 한은은 아직 3월말 기준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1~2월 기준으로 비교해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대출 속보치를 보면 1~2월 증가액은 10조1000억원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을 대상으로 한은이 집계해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은 8조1000억원으로, 2조원 적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통계 산출 기준이 달라서입니다. 금융당국은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를 포함하지만 한은은 제외합니다. 또 금융당국은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영리성 가계대출을 포함하지만 한은은 이를 뺍니다. 정책모기지 상품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을 은행대출로 분류하지만 한은은 주택금융공사의 가계대출로 인식합니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의 이번 속보치는 한은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신용 통계와도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은은 분기마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통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국내 모든 금융회사의 신용흐름 동향을 파악하고 가계 소비 여력 등 다양한 경제 지표를 추정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금융당국의 속보치에 비해 신속성은 뒤처지지만 국제 비교가 가능한 포괄적 통계입니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에는 금융당국 통계와 달리 신탁·우체국예금, 연기금, 공적금융기관, 판매신용 등의 수치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속보치의 포괄 범위는 한은 가계신용 통계의 87%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될 때까지 속보치를 계속 발표할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분간 서로 다른 기준의 가계부채 통계가 동시에 공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두 통계의 목적은 다릅니다. 금융당국 속보치는 신속한 동향 파악에 주안점을 둡니다. 반면 한은 통계는 경제학적 의미에서 광범위한 분석·파악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렇다라도 통계를 접하는 일반인들은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가계대출이라는 같은 이름의 통계가 발표 기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분석 목적에 따라 각 통계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신속성보다 정확하고 폭 넓은 분석을 제시하는 통계에 집중할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한은 일각에선 내심 불편해하는 기색도 느껴집니다. 자칫 가계부채 통계 주도권을 금융당국에 뺏기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잇따른 통계 관련 이슈로 한은 신뢰도가 ‘도마’에 올라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통계를 제공했던 금융회사들의 착오 때문이긴 했지만 한은은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2금융권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7000억원이나 부풀려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달엔 저축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을 잘못 발표했다가 뒤늦게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협의를 통해 통계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유야 어쨌든 이런 과정을 통해 좀 더 면밀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가계부채 통계가 나오기를 희망해 봅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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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7.04.2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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