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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를 무너뜨린 2개의 헤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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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최소 26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새로운 헬스케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오후 2시37분 월가 트레이더들의 단말기에 뜬 헤드라인 한 줄이 장 마감을 1시간30분 가량 앞두고 반등세로 돌아서던 뉴욕증시를 다시 무너뜨렸다. NBC 조사결과를 보도한 이 한 줄의 보도로 트럼프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뉴욕증시는 지난해 11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09일간 이어졌던 S&P500지수의 ‘하루 낙폭 1% 미만’ 행진도 이날 끝났다.

이날 하락장에 악재를 더한 또 다른 헤드라인은 북한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예고였다. NBC 보도후 약 1시간 뒤인 3시35분, 장마감을 25분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과 ICBM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트레이더뉴스닷컴의 보도가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북한은 이 발표 후 약 10시간 뒤인 22일 낮 12시(한국시간 기준) 원산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결과는 정상적으로 솟구치지 않고 공중에서 폭발하며 실패로 끝났다.)

골드만삭스는 투자민감도를 측정하는 자체 지표인 ‘GS RHRATE 지수’가 449bp(1bp=0.01%포인트) 급락하며 지난해 6월27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9.96% 급등하며 12.47까지 치솟았다.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Fed)의 ‘온건한(dovish)’ 금리인상 이후 시장에 퍼지던 낙관론을 단숨에 뒤집은 하루였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66% 하락한 99.75를 기록, 지수 100선을 내주며 지난달 7일 이후 최저치까지 밀렸다. 안전통화로 취급받는 일본 엔화 가치는 리스크 회피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0.66% 급등한 달러당 111.81엔을 기록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0.86% 상승한 온스당 1246.50달러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이자 지난 1일 이후 최고가다.

이날 금융시장의 급락세를 지켜본 월가의 분석은 제각각이었다. JP모건은 이날 지수폭락은 기술적 요인이 강하다며 정치적 이슈로 몰고가지 말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지난 주 금요일(17일) 옵션 만기일에 투자자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콜옵션에서 풋옵션으로 갈아탄데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베팅이 늘면서 매도세가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증시에서 투자금이 유출될 수 있는 취약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날 지수하락의 원인을 정치적 이벤트에 맞춰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공교롭게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매달 월가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증시에 불리한 결과가 나온 점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 10명중 8명꼴인 81%가 미국 증시가 과대평가됐다고 언급한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과대평가됐다는 응답자 34%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향후 5∼10%의 지수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금융주를 팔고 유럽증시로 갈아타려는 거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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