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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라인 만들러 치과 가요"...보톡스 시술하는 치과 늘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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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사각턱 때문에 고민이신가요? 작고 갸름한 얼굴을 원하시나요? 5분 안에 주사로 간단히 해결해드립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광고가 아닙니다. 치과 광고입니다. 이 같은 광고를 내걸고 일명 ‘보톡스’라 불리는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하는 치과가 늘고 있습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치과가 많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눈가와 미간 주름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한 뒤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 당한 치과의사 정모씨에게 무죄라고 판결했습니다. “정씨의 시술이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는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던 1,2심을 뒤집은 것이죠. 대법원은 치과의사도 교육 및 수련 과정에서 보툴리눔톡신 시술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미용 목적의 보툴리눔톡신 시술 광고를 내걸고 시술하는 치과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경기 남양주시의 A치과는 올해부터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시작했습니다. 이 치과는 광고글을 통해 지난해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보툴리눔톡신 시술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렸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서울 동작구의 B치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피부과와 치과에서 모두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전모씨는 “구강검진 차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턱쪽 근육이 비대하다고 해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권유받았다”며 “치과에서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는 게 어색하긴 했지만 막상 받아 보니 피부과에서 받은 것과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전에도 치과에서는 이갈이, 악관절 이상 등을 치료하기 위해 보툴리눔톡신이 사용됐습니다. 치과의사들은 대법원 판결 후 미용 목적 시술에 대한 저항감이 줄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 관악구의 C치과 원장은 “새로운 시장이 열린 만큼 관련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등 관심을 보이는 동료 치과의사가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미용 목적의 보툴리눔톡신 시술이 어느 치과에서나 이뤄질 정도로 보편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수익성 면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간 경쟁이 치열해 시술 가격이 많이 내려갔기 때문이죠. 대신 치아교정 미백치료 임플란트 등에 주력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미용에 관심이 있는 환자는 보툴리눔톡신뿐 아니라 레이저 시술, 피부 관리 등 다른 시술을 동시에 받고 싶어하지만 이를 할 수 없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서울 종로구의 D치과 원장은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하는 치과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법원 판결 이전부터 암암리에 시술하던 곳이 판결 이후 양지로 나오면서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수 있다”며 “전체 치과에서 시술이 대규모로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끝)/rklim@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