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는 백신과 혈액제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약사입니다. 이 회사는 해외 진출로 매출을 키우는 동시에 싸이퍼롬과 같은 바이오 벤처기업을 발굴, 협업하는 전략으로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외부의 기업과 재무, 연구개발(R&D) 등에서 협업하는 것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고 투자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필요합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계별 분업 및 협업을 통해 실패 위험을 줄이고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입니다. 기초 연구는 몸집이 작은 벤처기업이 맡고, 임상시험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단계는 대형 제약사가 담당하는 식입니다. 지난해 11월에 만난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의 데니스 웡 아시아태평양 지역 R&D 총괄도 “사노피가 진행 중인 전체 신약 프로젝트 중에서 65%가 외부에서 들여온 기술”이라고 했습니다.
녹십자의 바이오 벤처기업 투자는 ‘잘 아는 분야’에 집중돼 있습니다. 백신과 혈액제제가 전문인 만큼 관련 분야 바이오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제넥신(빈혈치료제), 유바이오로직스(콜레라 백신) 등이 대표적입니다. 녹십자랩셀 녹십자셀 등 바이오 신약 개발 자회사를 둔 녹십자는 파멥신(항체 신약) 미국 아르고스(면역항암제) 등에도 투자했습니다. 싸이퍼롬 투자 역시 녹십자지놈 등 유전자 분석 계열사를 두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녹십자가 투자한 10여개 벤처기업은 R&D분야뿐 아니라 수익면에서도 높은 기업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바이오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형 제약사들의 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끝)/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