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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게임 속임수까지 간파하는 가장 강력한 AI 도박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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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바둑보다 까다롭기로 손꼽히는 포커게임에서 인간보다 실력이 월등한 인공지능(AI)이 등장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캐나다 앨버타대, 체코 카렐대, 체코공대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딥스택’이 11명의 프로선수들과 포커대결을 펼쳐 10명을 이겼다고 2일 발표했다.

포커는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속임수(블러핑)가 있다는 점에서 AI입장에서는 바둑보다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많게는 10의 160제곱에 이른다. 이는 우주 전체 원자 수보다 많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와 거의 비슷하다. AI는 지난 1997년 체스, 2009년 제퍼디 퀴즈, 2016년 바둑에서 이미 인간을 눌렀지만 포커에선 고배를 마셔왔다. 2015년에 비슷한 경기에서는 클라우디코란 이름의 AI가 대결에 나섰지만, 인간에 패배했다.

이 AI프로그램은 대표적인 포커 게임 가운데 하나인 텍사스 홀뎀 게임을 인간과 펼쳤다. AI와 프로선수 단 둘이 펼치는 경기로 자신이 가진 칩 한도 내에서 무제한 걸 수 있는 방식이다. 체스 같은 게임에선 선수들은 함께 체스판을 보며 상대의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반면 포커는 서로 상대의 패를 볼 수 없다. 속임수(블러핑)을 쓰는지도 쉽게 알기 힘들다. 일종의 정보 비대칭성이 있는 셈이다. 이 AI는 프로선수 11명을 상대로 3000 차례에 걸쳐 텍사스 홀뎀 게임을 치른 결과 10명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연구진은 나머지 한 명을 상대로도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겼다고 덧붙였다.

딥스택은 매번 게임을 치르면서 전략을 다시 짰다. 맨끝까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지 않고 가능한 제한적인 수 안에서 최적화한 수를 골랐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10의 160제곱에 이르는 경우의 수를 10의 7제곱까지 줄였다”며 “딥스택이 설치된 컴퓨터가 5초 내에 어떻게 베팅을 할지 게임을 포기할지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보다 판단 시간이 빠르다.

AI프로그램이 포커에서 인간을 누른 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진은 지난 1월 미국 피츠버그 리버 카지노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인 리브라투스를 이용해 재미교포 2세인 김동규씨를 피롯한 4명의 프로선수를 상대로 텍사스 홀뎀 경기를 펼쳐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딥스택보다는 대결한 선수 숫자나 경기 횟수가 훨씬 적다. 연구진은 딥스택과 같은 AI프로그램이 적의 전력을 알기 어려운 방위 분야에서의 전략 수립이나 의사 대상 치료법 추천처럼 실제 세계에서 정보 비대칭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끝)/kunt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6(금)